삼성家 짓누른 '12조 상속세'…대출에 지분매각까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대출받은 돈이 4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전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이번에 세 모녀가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규모는 홍 전 관장 1조4천억원, 이부진 사장 5천170억원, 이서현 이사장 1천900억원이다.

세 모녀의 대출은 이번에 받은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삼성 주요 계열사 공시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현재 세 사람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4조781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다.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에 달한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납부한 금액은 약 6조원, 앞으로 3년간 추가 납부해야 할 금액도 6조원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오너 일가의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받은 주식 담보 대출의 금리는 5%대로 알려졌다. 세 모녀가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만 연간 2천억원 이상인 셈이다.

연부연납 가산금까지 고려하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내는 이자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 주식까지 처분했다.

홍 전 관장은 작년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천만주를,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주식 약 150만주를 매각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 300만주 전량과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매각해 상속세를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면서 "유족들이 지배력 유지를 위해 무리한 방식을 동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들은 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대신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의 지분 30%가량을 정부에 물납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