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선 넘은 개빡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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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이다. 약속이 없더라도 한잔 술이 생각나는 날이다.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규범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은 속어다. 속어는 대중이 많이 사용하지만 상스러워 규범 언어에선 받아들이지 않는다.
술의 역사가 축제와 의례에서 비롯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마셨다는 얘기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우면 사는 게 힘들어 사람들이 술을 더 찾는다고 한다. 게다가 정치가 모두를 답답하게 하니 화가 쌓인다. 오죽하면 ‘빡치주’, ‘개빡치주’가 나왔을까. 유명 음식사업가의 구렁이 담 넘어가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빡치주와 개빡치주는 이마트24가 왓챠와 협업해 출시한 증류식 소주다. 빡치다는 ‘무척 화가 난다’는 뜻을 지닌 비속어다. 개빡치다는 거기다 정도가 심할 때 쓰는 접두사 개-를 붙인 것이다. 1990년대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 전통술의 기원은 대부분 지방 가양주(家釀酒)다. 많이 알려진 안동소주가 그렇고 문배주도 마찬가지다. 청주가 많고 소주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들 술의 이름은 술맛의 특질을 살리거나 지역을 앞세운다. 문배주는 문배 향이 난다 하여 이름 붙였고 안동소주와 진도 홍주는 지역이 앞선다.
희석식 소주의 대명사 ‘진로(眞露)’는 1924년생이다. 올해 백수(白壽·99)를 맞는다. 이슬을 먹고 사는 신선의 술이라는 은유가 은연중 비친다. 1998년 순우리말 ‘참이슬’로 개명했다. 참이슬의 경쟁 소주는 ‘처음처럼’으로, 우리말에 우리말로 대응했다. 이 밖에 ‘잎새주’ ‘한라산’ 등 소주 이름에서만큼은 한국어가 대세다.
한국어지만 빡치주와 개빡치주가 불편한 것은 비속어이기 때문이다. 비속어는 제한적인 공간과 관계에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친구 사이에서나 쓸 말인 것이다. 이마트24는 이름과 관련해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MZ세대 마케팅을 위해 선을 넘었다는 얘기다. 알고서도 그랬다니 괘씸하다. 결국 가격은 비싼데 이름은 싸구려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벌써 밈(meme)으로 떠돈다.
언어의 품위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다. 비속어가 배설 작용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빡치주가 부정적 감정만 부추길까 염려스럽다.
김지홍 기사심사부장
술의 역사가 축제와 의례에서 비롯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마셨다는 얘기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우면 사는 게 힘들어 사람들이 술을 더 찾는다고 한다. 게다가 정치가 모두를 답답하게 하니 화가 쌓인다. 오죽하면 ‘빡치주’, ‘개빡치주’가 나왔을까. 유명 음식사업가의 구렁이 담 넘어가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빡치주와 개빡치주는 이마트24가 왓챠와 협업해 출시한 증류식 소주다. 빡치다는 ‘무척 화가 난다’는 뜻을 지닌 비속어다. 개빡치다는 거기다 정도가 심할 때 쓰는 접두사 개-를 붙인 것이다. 1990년대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 전통술의 기원은 대부분 지방 가양주(家釀酒)다. 많이 알려진 안동소주가 그렇고 문배주도 마찬가지다. 청주가 많고 소주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들 술의 이름은 술맛의 특질을 살리거나 지역을 앞세운다. 문배주는 문배 향이 난다 하여 이름 붙였고 안동소주와 진도 홍주는 지역이 앞선다.
희석식 소주의 대명사 ‘진로(眞露)’는 1924년생이다. 올해 백수(白壽·99)를 맞는다. 이슬을 먹고 사는 신선의 술이라는 은유가 은연중 비친다. 1998년 순우리말 ‘참이슬’로 개명했다. 참이슬의 경쟁 소주는 ‘처음처럼’으로, 우리말에 우리말로 대응했다. 이 밖에 ‘잎새주’ ‘한라산’ 등 소주 이름에서만큼은 한국어가 대세다.
한국어지만 빡치주와 개빡치주가 불편한 것은 비속어이기 때문이다. 비속어는 제한적인 공간과 관계에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친구 사이에서나 쓸 말인 것이다. 이마트24는 이름과 관련해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MZ세대 마케팅을 위해 선을 넘었다는 얘기다. 알고서도 그랬다니 괘씸하다. 결국 가격은 비싼데 이름은 싸구려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벌써 밈(meme)으로 떠돈다.
언어의 품위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다. 비속어가 배설 작용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빡치주가 부정적 감정만 부추길까 염려스럽다.
김지홍 기사심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