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이어 카라·이달의소녀·이승기도
전문가들 "관계 역전에 분쟁소지 커…제도 개선 필요"

K팝 3세대 대표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 시우민, 첸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가요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14년 전인 2009년 멤버 세 명이 탈퇴한 '동방신기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계약의 유효성을 두고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한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가요계 계약 분쟁에 대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세대' 그룹 엑소까지…전속계약 분쟁 반복되는 이유는
◇ 엑소 계약 어땠나…3人 "노예계약 강요" vs SM "문제 된 적 없다"
1일 엑소 백현·시우민·첸과 SM 양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문제가 된 부분은 계약 기간과 수익 정산이다.

엑소는 연습생 생활을 거쳐 2012년 데뷔해 11년간 활동해왔다.

멤버들은 2021년 6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논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30일 자로 재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구체적인 재계약 기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백현·시우민·첸 측이 "SM이 17∼18년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려 한다"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재계약 기간은 5∼6년으로 추정된다.

백현·시우민·첸 측은 "적지 않은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20여년간 SM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아티스트에게 이른바 '노예계약'을 맺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M은 그러나 이에 대해 "당사는 아티스트가 충분한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자유 의지로 재계약을 체결하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실제로 소속 그룹 중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멤버들은 다른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소녀시대는 멤버 3인이 이적한 이후에도 함께 (15주년) 앨범을 발매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백현·시우민·첸 측은 또한 지난 전속 계약 기간 SM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자료만을 보고 정산금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대리인을 통해 여러 차례 정산 자료와 정산 근거의 사본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SM은 이에 대해서도 멤버들이 매월 정산을 받으면서 내역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SM은 "아티스트가 원하면 얼마든지 내방해 확인하도록 협조했다"며 "이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재계약 과정에서도 정산 내용이 문제 된 적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SM은 또한 "먼저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서를 쓰자던 이들의 대리인은 태도를 바꿔 논의를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당사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SM은 백현·시우민·첸이 불과 반년 전 재계약에 서명하고서 해지를 통보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이들 간의 분쟁은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3세대' 그룹 엑소까지…전속계약 분쟁 반복되는 이유는
◇ 14년 전엔 동방신기 사태…가요계 잊을 만하면 전속 분쟁
가요계에선 양측의 공방을 두고 지난 2009년 한일 양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세 멤버가 전격 탈퇴해 충격을 안긴 동방신기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SM을 떠난 세 멤버의 주장도 계약 기간과 정산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다.

당시 세 멤버는 "전속 계약이 지나치게 장기이며 수익 분배가 기획사에 유리해 불공정하므로 전속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2009년 10월 세 사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보장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김준수·김재중·박유천은 당시 "13년이란 전속 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의미한다"며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하면 15년 이상으로 아직도 10년이 남아 사실상 연예계 은퇴할 때까지를 의미한다.

전속 계약을 해제할 경우 위약금 내용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백현, 시우민, 첸이 내놓은 최장 17∼18년 계약 기간이 부당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SM은 "당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 및 권고하는 표준전속계약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해당 계약은 전 멤버 황즈타오가 제기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의 소에서 대법원에 의해 유효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정한 뒤에도 가요계에서는 크고 작은 전속 계약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2011년에는 한일 양국에서 정상에 오른 걸그룹 카라의 일부 멤버가 소속사에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해 해체 위기를 겪다가 극적으로 복귀했다.

걸그룹 이달의소녀 일부 멤버는 2021∼2022년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도 지난해 "음원 사용료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소속사를 떠나 1인 기획사로 새 출발했고, 전 소속사 임원을 업무상 횡령·사기 혐의로 형사고소 했다.

'3세대' 그룹 엑소까지…전속계약 분쟁 반복되는 이유는
◇ 가요계 "3세대 그룹서도 반복돼 우려…납득할 보상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가수들이 연습생 신분에서 톱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입지 변화'에 따른 분쟁의 소지가 큰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로 막 데뷔하려는 연습생 단계에서는 12∼13년 장기 계약도 수락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팬덤을 확보해 스타가 된 상황에서는 '관계의 역전'이 일어나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엑소 멤버들은 이미 개인 팬덤을 충분히 갖고 있어 (소속사를 나가도)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비즈니스적으로 공평한 것이 중요하다.

아티스트가 성공을 거둔 만큼 충분히 납득할 만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소속사를 나와 홀로 활동해도 이전보다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런 일이 3세대 아이돌 그룹에서도 반복됐다는 것이 음악 팬으로서 우려스럽다"며 "문제가 있다면 (소속사들을) 전수조사해 이를 바로잡는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완전체 활동 재개를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엑소 팬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 엑소 팬은 SM 팬 커뮤니티 '광야'에 "(SM은) 어물쩍 사태를 넘기려 하지 말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