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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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6월에 곧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사정찰위성 발사 목적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리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자위력 강화' 입장에서 "오는 6월에 곧 발사하게 될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새로 시험할 예정인 다양한 정찰수단들은 미국과 그 추종무력들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기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전날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통보한 바 있다.

리 부위원장은 한미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 한국이 31일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23',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계획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정찰위성 발사의 명분으로 삼았다.

특히 미국의 정찰자산들이 "적대적인 공중정탐활동을 유례없는 수준에서 벌리고 있다"면서 "작전반경과 감시권은 수도 평양을 포함한 공화국 서북부지대는 물론 주변국가의 종심지역과 수도권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주변국가들에 있어서 심각한 위협으로 된다"고 강조했다.

리 부위원장이 언급한 '주변국'은 중국을 언급한 것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의 무분별한 군사적 준동이 불러온 현 정세하에서 우리는 정찰정보수단의 확대와 각이한 방어 및 공격형 무기들의 갱신의 필요성을 부단히 느끼고 있다"면서 "발전계획들을 실행해 나갈 시간표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등 한국이 참여하는 굵직한 국제안보 협력 일정 속에서 북한도 군사력과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북한이 발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부터 나흘 간 제주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가 진행되며,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다.

우리나라의 누리호 발사 성공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측의 위성 발사를 거론하며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계획을 규탄하는 입장을 내고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제 원로 자문그룹 '디 엘더스' 초청 오찬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예고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런 지속적인 도발로는 얻을 게 없다는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근 합동참모본부 공보차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위성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