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경제통상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한국 등 14개국이 27일(현지시간) 공급망 협정을 타결했다. 특정 분야나 품목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원국이 공동 대처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우방국 중심의 ‘탈중국 공급망’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2021년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국내 물류가 마비될 뻔한 ‘요소수 대란’ 같은 공급망 쇼크를 최소화할 길이 열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한국 미국 일본 등 14개국이 공급망 협정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14개국이 낸 공동 보도성명을 보면 IPEF 참여국은 우선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호 공조를 요청하고 대체 공급처 파악, 운송 경로 개발, 신속 통관 등의 긴급 협조를 받을 수 있다.

IPEF 참여국은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치를 자제하고 투자 확대와 공동 연구개발(R&D)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4개국 정부가 참여하는 ‘공급망위원회’를 설치해 각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공급망 안정화에 필수적인 숙련노동자 육성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각국의 노동권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사항을 발굴하기 위한 노사정 자문기구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은 공급망 관련 최초의 국제협정이다. IPEF는 지난해 5월 출범한 이후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네 가지 분야에서 협상해 왔는데 이 중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합의를 이끌어냈다.

산업부는 “한국은 특정국 의존도가 75% 이상인 품목이 600개를 넘는 등 공급망 위기에 취약하다”며 “IPEF의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단시간 내에 다양한 성격의 14개국 정부에 대체 공급처 관련 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고 협조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