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참가자들 모여 해운대서 첫 대회…피서객들에게 볼거리
"퇴사하고 싶은 마음 다잡으러 왔습니다.

"
한낮 기온이 27.6도까지 올라간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게임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고 한글이 적힌 한복을 입는 등 개성을 한껏 뽐낸 참가자들이 백사장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짓고 바다를 바라봤다.

간호사, 어린이집 교사, 축구심판, 사육사, 택배기사, 패스트푸드점 직원, 원전 운전원, 경찰 등 평소 업무 강도가 높거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일상에서 잠시 쉼표가 필요한 다양한 직업군도 근무복을 입고 멍한 표정으로 앉았다.

국내 대표 퍼포먼스 축제로 자리 잡은 멍때리기대회가 초여름 날씨 피서객들이 모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열렸다.

2030부산엑스포를 알리기 위해 한글이 적힌 한복을 입고 참가한 2번 참가자(간호사)는 "매일 환자분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을 돌아보며 제대로 멍때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드리려고 참가했다"고 말했다.

경찰 근무복을 입고 남자친구와 함께 참가한 현직 경찰관 윤모(32)씨는 "수사과에 있어 사건이 밀려 스트레스가 많은데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가져보고 싶어 참가했다"고 전했다.

직장 스트레스와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멍을 때리러 왔다는 택배기사, 축구팬들의 많은 질타와 욕설을 잊기 위해 참가했다는 축구심판도 이목을 끌었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한 고3 학생은 "대한민국 고3을 대표해 푸른 바다 앞에서 편하게 멍때리고 대학에 꼭 합격하겠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1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참가한 70팀의 참가자들은 뜨거운 햇볕이라는 변수를 만나 고전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시작 10분여만에 기권을 했다.

부산시 소통캐릭터 부기도 대회에 참가해 피서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도 '2030엑스포를 부산에서'라고 적힌 머리띠를 하고 대회에 직접 참가했다.

대회 주최자인 시각예술가 웁쓰양은 "멍때리기대회는 스포츠이면서 퍼포먼스이고 거대한 시각예술"이라고 대회를 소개했다.

멍때리기대회 우승자는 심박수 그래프와 시민투표 결과를 합산해 결정되는데 고등학생 최예준 군이 1등을 차지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참여형 퍼포먼스인 멍때리기대회는 2014년 서울시청 앞에서 첫 대회를 시작해 2016년부터는 한강 잠수교에서 매년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이징, 홍콩, 타이베이, 로테르담 등 세계 유명 도시에서도 열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