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초등부 제주 대표선수, 불안 보이다 안정 되찾아 "출전하겠다"

"열린 문이 획 날아간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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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열리더니 확 제껴져"…소년체전 출전 꿈 날아가는 줄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문이 열린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제주지역 초등학교 4학년 백모(10)양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전했다.

백양은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 초등부 육상 80m와 멀리뛰기 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오전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3월 제주 교육감기 및 회장기 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소년체전 출전권을 거머쥔 백양은 이때만 해도 두 달간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착륙 직전 공포로 변했다.

여객기는 여전히 날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출입문이 열리더니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동체는 크게 흔들렸고, 놀란 탑승객들의 비명은 굉음 같은 바람 소리에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백양은 당시 열린 출입문과 세 번째로 가까운 좌석에 앉아있었다.

"강한 바람에 실눈을 간신히 뜨고 창문을 봤는데 출입문이 열리더니 확 제껴졌다.

문이 날아가는 것 처럼 보였다"고 백양은 숨 막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제 좌석 앞줄에 앉아 있던 친구들은 그때 소리도 지르지 못할 만큼 경직돼 있어 기절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너무 무서웠다.

왜인지 눈물이 나진 않았고, 죽는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백양 가족은 부산에 있던 중 이 소식을 듣고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백양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대구행 항공기를 타고 이동했다"며 "머리가 하얘져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딸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고 숨을 내쉬었다.

처음에 불안 증세를 보였던 백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현재 안정을 찾은 백양은 27일 예정된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다시 선수단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백양뿐 아니라 열린 문 쪽에 탑승했던 육상 선수단 중 지도자 1명과 다른 선수 7명도 어지러움과 손·발 떨림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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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