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 출처 밝히라니"…감염병法 개정안 보톡스업계 '시한폭탄'
"불법으로 균주 취득한 것 밝혀질땐 허가 취소" 법안
복지위 소위서 일단 통과 안됐지만 ... '계속 심사' 결정
통과땐 메디톡스와 소송중인 대웅제약, 휴젤 등 직격탄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제약업체에 큰 파장을 미칠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를 예고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질병관리청장이 불법으로 균주를 획득한 것이 밝혀진 업체에 허가 취소를 내린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록 관리를 공개해야 한다. 업계는 메디톡스와 소송으로 엮인 대웅제약과 휴젤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복지위 소위에서 이 법안은 일단 통과되지 못했지만 ‘계속 심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보툴리눔 톡신 기업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 호재 예상 기업: 메디톡스 제테마
  • 악재 예상 기업: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 발의: 최종윤 의원 (의원실: 02-784-6201)
  • 어떤 법안이길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를 불법 취득한 사업자를 규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보톡스 업체들이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보유 균주나 전체 염기서열 제출은 물론, 제출 균주와 생산 균주 간 일치 여부에 대해 불시 검문을 받게 된다.
  • 어떻게 영향 주나
    =균주 불법 취득이나 허위 서류를 꾸민 게 드러나면 톡신 보유 허가가 취소된다. 균주 취득원이 불투명한 회사는 사업을 접어야 할 수 있다.
    =균주 출처가 투명한 메디톡스 등은 경쟁자 감소에 따른 반사효과가 예상된다.

소위 통과는 미뤄졌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제2 법안소위를 열고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 ‘계속 심사’를 진행하기로 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은 미뤄졌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및 병원체(균주)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자 질병관리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등 균주 보유를 허가받아 사업을 하는 기업은 질병관리청에 해당 균주를 제출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장은 제출받은 균주와 보유 허가를 내린 균주가 일치하는지 검사한다. 질병관리청장은 균주 제출을 거부하거나, 불법으로 균주를 획득한 것이 밝혀진 업체에 ‘보유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균주의 모든 염기서열 정보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하게 되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의 균주 출처 및 기록 관리가 공개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간 논란이 됐던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균주 출처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반면 업체 간 분쟁 도구 악용돼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병원체의 국가 관리를 강화하면 기업과 연구 활동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엔 16개 기업이 총 37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허가받아 사업 중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지난해 수출 2억3569만달러(약 3082억원)를 기록하며 K바이오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을 뽑아내는 보툴리눔 균은 자연에서 얻기 힘들고 위험성 때문에 국가 간 이동도 매우 까다롭게 제한된다. 균주 도입 출처를 두고 기업 간 소송전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디톡스·제테마 찬성, 대웅제약·휴젤 등 반대

메디톡스가 2016년부터 대웅제약과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대표적이다. 요약하자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퇴사자를 영입하면서 균주를 무단 반출했고,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형사 재판은 대웅제약 쪽으로, 민사 소송은 메디톡스 쪽으로 기울었다. 메디톡스는 휴젤과도 균주 출처를 두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감염병예방법이 통과되면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기업은 최악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보니 업체 간 찬반이 명확하게 엇갈린다. 소위 통과를 놓고도 업체들의 치열한 물밑작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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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주 출처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메디톡스와 제테마 등은 개정안 통과를 적극 주장했다. 반면 대웅제약과 휴젤, 휴온스 등은 법안 발의자인 최 의원실과 복지위 소속 의원실을 직접 찾아 문제점을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개정안의 ‘계속 심사’ 소식이 전해진 날 관련 업체 주가도 희비가 엇갈렸다. 메디톡스와 제테마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6.8%, 6.1% 하락했다. 대웅제약과 휴젤, 휴온스 주가는 각각 2.3%, 2.1%, 0.8% 상승했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원이 불명확한 기업들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주어진 것일 뿐”이라며 “기원이 명확한 기업에는 부정적 이슈로 작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

소위에서 논의가 시작됐지만 실제 법 통과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소관 부처인 질병청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해당 소위에 소속된 한 의원은 “정부와 어느 정도 합의 가능한 수준이 돼야 소위에 올려서 논의하는데, 질병청이 그럴 상황도 아니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일단 관련 업체 간에 민사 소송과 ITC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관련 판결이 나오기 전에 국회가 입법을 통해 특정 방향으로 결론 내기는 부담스럽다. 실제로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아 과도한 규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제약바이오협회는 7월부터 보건복지위원장을 맡는 한정애 의원을 찾아 균주법 관련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균주 정보 제출이 안전과 큰 관계가 없고,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보톡스 시장 수출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법원이 소송 과정에서 메디톡스 등 균주 공개를 요구하는 업체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회도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할 수 있다. 복지위 소위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는 메디톡스 소액 주주들도 압력으로 작용한다.

설지연/한재영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