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캐나다 연구진 "재활용 과정서 13%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분쇄돼"
전문가들 "부작용에도 재활용 중단 안 돼…배출량 자체 줄여야"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과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 연구진은 최근 영국 내 모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오히려 미세플라스틱 양산할 수도"
분석 결과 이 시설에서는 연간 650만 파운드(약 2천948t)의 미세플라스틱이 폐수에 섞여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곳에서 한 해 동안 처리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무려 13%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이와 별개로 시설 주변 공기에서도 높은 농도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분류, 세척 절차를 거친 플라스틱 폐기물을 녹이기에 앞서 잘게 분쇄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 결과일 수 있다.

연구진은 하수필터를 설치한 결과 폐수에 섞여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연간 300만 파운드(약 1천360t)로 줄었지만, 1㎥당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여전히 750억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런 입자 대부분은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이었고, 80%가량은 직경이 5㎛도 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오히려 미세플라스틱 양산할 수도"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 소속 전문가 에리나 브라운은 "이런 문제는 실질적으로 연구되긴커녕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재활용이 생각만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WP는 소개했다.

플라스틱 제품은 소재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갈리는 까닭에 전 세계적으로는 9%, 미국에선 5∼6%만 재활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 배출이란 예상 못 한 부작용에도 재활용 중단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면서,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매립하거나 소각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고위 당국자 출신으로 비영리 단체 '비욘드 플라스틱'을 설립한 주디스 엥크는 "재활용 과정에서의 미세 플라스틱 배출은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진 주된 이유는 아니지만 그 일부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가 재활용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환경규제 기관들에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의 미세 플라스틱 배출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