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회사 투자를 미끼로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빼돌린 P사 대표 A씨의 사기 수법은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와 ‘판박이’다. 라 대표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의 주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A씨와 라 대표는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여성 프로골퍼와 브로커를 이용하고 돌려막기식 수법을 사용하다가 투자 대상 자산의 급락으로 꼬리가 잡히는 등 비슷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경찰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A씨와 라 대표는 무자격 투자자문사를 마치 합법인 것처럼 운영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의 투자를 받아 운용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투자 일임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문사 또는 펀드를 굴릴 수 있는 자산운용사 등의 ‘등록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A씨와 라 대표 모두 유사 투자자문사를 차려 불법으로 자금을 굴렸다. A씨는 1인당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넘는 투자금을 개인 계좌나 자신이 차린 P사의 법인 계좌로 받아 임의로 굴렸다. 비상장 주식의 매입 원가나 수익률 등을 공개하지 않은 깜깜이 투자였다.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수료를 주는 브로커를 동원한 점도 판박이다. A씨는 연 30% 정도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매월 지급했다. 수익이 잘 난다는 소문이 서울 한남동을 중심으로 퍼지자 기존 고객들이 브로커로 변신해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라 대표 역시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형태의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세를 불렸다. 자산가를 유인하기 위해 여성 프로골퍼를 동원한 점도 같다. 이들은 투자자와 골프장 등을 함께 다니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는 폰지사기 수법도 활용했다. A씨는 매월 원금의 5% 이상을 수익금으로 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한 측근은 “실제 수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투자금을 주는 돌려막기였다”며 “실제 번 돈은 많지 않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