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주력 1년간 1천27건 개선…언론 소통 확대·부산엑스포 유치전 주도
전문가들 "내각 안정적 운영"…"대야 협상·주요 이슈 국민 설득 더 힘써야"
한총리 취임 1년…'무난' 평가 속 '협치 노력 더 필요' 주문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 한 총리는 지난 1년간 규제혁신에 특히 팔을 걷어붙였다.

또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고, 언론과 소통 폭을 넓히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한 총리는 1970년부터 4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한 데다 '2회차 총리' 경륜이 더해져 지난 1년간 행정부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대통령실·여당과 거대 야당간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한 총리가 야당과 대화·협치는 물론 국정과제에 대한 대 국민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총리 취임 1년…'무난' 평가 속 '협치 노력 더 필요' 주문도
◇ 규제혁신 팔 걷어붙여 1천27건 개선…기자단 백브리핑만 23번
작년 5월 21일 취임한 한 총리는 줄곧 '규제 혁신을 통한 투자 주도 성장'을 강조해왔다.

지난 1년간 1천27건의 정부 규제가 개선됐으며 이 중 기업 매출 증대, 투자 창출 등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온 규제 개선은 152건에 달한다는 게 총리실 설명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행정 편의적 규제,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20차례 진행한 기업들과 간담회에서 적극적으로 규제 개선 의견을 청취했다.

현장 방문을 계기로 규제 개선을 이끈 사례도 있었다.

취임 직후인 작년 5월 27일 환경미화원과 조찬 자리에서 무거운 안전모 때문에 불편하다는 고충을 듣고 바로 다음 달 가로 청소원들이 경량 안전모를 착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올해 1월 2일 '첫차 버스'에 탔을 때는 첫차 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직접 오세훈 서울시장과 논의해 새벽 전용 별도 노선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기업 친화 정책의 하나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계의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률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다만, 이는 환경단체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총리 취임 1년…'무난' 평가 속 '협치 노력 더 필요' 주문도
한 총리는 언론과도 자주 만나 현안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며 소통에도 힘썼다.

작년 8월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기자실에서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백브리핑(비공식 설명회)도 하고 질문받을 것"이라고 밝힌 뒤 최근까지 23차례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통상교섭본부장,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주미 대사를 역임하며 쌓은 외교 경험을 살려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외국과의 교섭에도 주도적으로 나섰다.

한 총리 취임 후 분리돼 있던 민간과 정부 유치위원회를 통합하고 총리 직속으로 확대 개편했다.

한 총리는 정부 대표로 두 차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직접 경쟁 프리젠테이션(PT)을 했다.

그가 직접 고위급을 만나 교섭한 국가는 70여개국에 달한다.

한총리 취임 1년…'무난' 평가 속 '협치 노력 더 필요' 주문도
◇ 전문가들 "무난한 행정부 운영" 평가…"설득 노력하고 협치 나서야"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 총리의 지난 1년간 총리직 수행이 무난하고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총리는 튀지 않는 성격으로 내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이 잘한 일"이라며 "경륜과 나름의 노력으로 행정부가 크게 흔들리지 않게 장악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립을 세게 쥐고 국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 총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역으로 한 총리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지 않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총리가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민적 논란을 완화하는데 노력하고, 야당과 대화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 총리가 나서 여여간 협치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총리 취임 1년…'무난' 평가 속 '협치 노력 더 필요' 주문도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를 국민들이 좋지 않게 볼 가능성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굉장히 세다는 인상을 주는 것인데, 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 총리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또 "가령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은 국민이 불안감을 갖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런 불안감을 어떻게 낮출지를 한 총리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평론가는 "이제는 한 총리가 국회에서 입법 성과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정부안을 만들어 내고, 야당과 협상이 필요한 것은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한 총리가 민생 경제 회복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외교, 안보, 국방 등을 강조하는 것과 비교해 한 총리는 경제부총리와 힘을 합쳐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유도하고, 20∼30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목표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