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반발해 준법투쟁에 나선 간호사들이 19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오후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연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대회'에 현직 간호사와 전국 200개 대학 간호학과 학생 약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경찰 추산으로는 2만2천명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 앞까지 이어진 세종대로 6개 차로를 가득 채웠다.
간호협회는 성명서에서 "간호법은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각 직역의 요구와 우려사항을 모두 반영해 대안을 마련했고, 여야 국회의원 179명이 찬성해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반대단체의 허위주장을 근거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간호법'이라고 적힌 피켓을 이용해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하고, "간호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PA(진료보조) 간호사로 일하는 서모 씨(30)는 "의사 아이디로 대리기록을 작성하거나 대리처방을 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병원에서 암묵적으로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을 시키려면 법적 보호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은 성명에서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 약속을 어겼고, 복지부는 간호법 가짜뉴스 확산에 앞장섰다"며 "총선기획단을 조직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한 부패정치인과 관료들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는 전국 16개 시도지부 총선기획단 출범식도 진행됐다.
협회는 총선기획단 출범 선언문에서 "입법독주라는 가짜 프레임을 만들어 낸 자, 간호법을 대표발의하고 비겁하게 국정활동을 포기한 자들이 다시는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도록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기획단을 통해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 부패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 등을 벌일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동화면세점 앞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간호사들은 이날 하루 연가, 즉 '연가투쟁'을 하는 방식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다만, 현직 간호사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인원이 연가투쟁에 참여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앞서 간호협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 업무 외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큐알(QR) 코드로 '불법의료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불법진료 센터'도 구축했다.
전날 신고센터를 개시하자마자 신고가 폭주해 약 1시간 30분만에 서버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제7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단체행동을 예고한 간호계 상황을 파악하고 진료대책을 점검했다.
조 장관은 "간호계의 대규모 단체행동으로 환자 진료에 지장이 초래되어서는 안된다"며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며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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