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일부가 공공시설물 손해배상 사건에 포함돼 분리키로
피해보상 답보에 이재민들 "소송할걸", "합의 무효라더니" 토로
강원 고성산불 구상권 소송 또 연장…비효율적 진행에 발목
2019년 4월 강원 고성산불 피해 당시 정부가 이재민에게 지원한 재난지원금 등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간 법정 공방이 비효율적인 소송 진행으로 인해 한 차례 더 연장됐다.

춘천지법 민사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17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반대로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비용상환청구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2021년 정부가 구상권(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원 채무자에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청구방침을 밝히자 한전이 300억원 규모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선제적으로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정부 역시 방침대로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2년여간 재판이 진행되면서 양측의 입장이 대부분 정리됨에 따라 이날 재판에서 변론을 종결하려 했으나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낸 공공시설물 손해배상 사건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와 강원도 등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주택 철거비와 임시 조립주택 설치비가 포함돼있는데, 이는 공공시설물 손해배상 소송이 아닌 구상권 소송에 포함돼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원 고성산불 구상권 소송 또 연장…비효율적 진행에 발목
정부 측은 구상권 문제가 불거지자 한전으로부터 피해보상금을 완전히 받지 못한 이재민들이 구상권 문제의 빠른 해결을 원하는 점을 고려해 주택 철거비와 임시 조립주택 설치비를 포함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상권 소송을 우선 진행했다.

이 때문에 주택 철거비와 임시 조립주택 설치비가 뒤늦게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포함되어 이례적으로 하나의 소송물이 두 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에 현재의 재판부는 하나의 소송물을 2개로 나누어 진행하는 건 비효율적임을 지속해서 언급하며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포함된 해당 내용의 청구를 취소하고, 구상권 소송에 청구 취지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 측 소송대리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사이동으로 재판부 구성이 바뀌기 전에는 분리 선고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혀 소송을 나누어 진행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구상권 소송의 청구 취지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구상권 소송은 다음 재판이 열리는 오는 31일 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시설물 손해배상 사건은 정부 측에서 입증 방법을 정리하는 데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다음 변론기일을 이날 정하지 않고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강원 고성산불 구상권 소송 또 연장…비효율적 진행에 발목
이날 재판에 참석한 이재민 단체들은 구상권 소송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노장현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장은 "소송보다는 합의를 원하는 이재민들의 뜻에 따라 지자체가 모두 참여한 합의 기구에서 한전의 피해보상액을 결정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렵더라도 소송을 선택할 걸 그랬다"며 "재판부가 정부의 행태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가 들어오면 합의는 원천무효라고 알고 있었고, 합의에 모든 이재민이 동의하지도 않았다"며 "노씨의 의견이 이재민 전체 의견이 아님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 12월 31일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행안부가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전은 구상권 청구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자 피해보상 문제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4·4산불비상대책위가 한전을 상대로 낸 2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이 이재민들에게 87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피해보상 문제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