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 이탈리아 로마 공장(통합센터)에서 연구원이 인공위성 페이로드(탑재체)가 고온·저압의 우주 환경에서 성능을 발휘하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TAS 제공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 이탈리아 로마 공장(통합센터)에서 연구원이 인공위성 페이로드(탑재체)가 고온·저압의 우주 환경에서 성능을 발휘하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TAS 제공
이탈리아 로마 북동쪽에 있는 유럽 최대 인공위성 개발기업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TAS). 한국경제신문이 방문한 지난달 26일 이곳에선 각국이 주문한 각종 군사위성이 제작되고 있었다. 유럽 전역은 물론 튀르키예, 한국, 브라질 등 세계로 수출되는 제품이다.

이 가운데 한국군 전용 정찰위성 ‘425위성’에 들어가는 접시 모양의 대형 안테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한국군은 독자 정찰위성이 없었다. 425위성 사업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네 대와 전자광학·적외선 위성(EO·IR) 한 대를 발사해 2025년까지 전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하고 한화시스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참여한다. EO·IR 위성 한 대는 올해 말 우주로 향한다. SAR 위성 네 대는 내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TAS가 부품 만들면 KAI가 조립

425위성 핵심 부품은 TAS가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위성의 3대 핵심 부품은 제어장치, 안테나, 전파 송·수신기다. TAS가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인 ‘LURA(대형전개 반사 조립체) 안테나’는 펼쳤을 때 폭이 5m에 이른다. 클수록 반사 전파를 더 많이 수신해 해상도가 높아진다. TAS 연구원은 “개별 안테나 부품은 ‘꽃잎(petal)’이라고 부르는 작은 조각으로 연결돼 있어 발사 때 부피를 줄일 수 있다”며 “우주 궤도에 진입하면 꽃처럼 부품을 펼쳐 기능을 발휘하도록 설계한다”고 말했다. LURA 안테나 기술은 전 세계에서 극소수 기업만 갖춘 핵심 기술이다.

TAS가 위성 핵심 부품을 만들면 KAI가 받아 조립과 성능시험 등을 한다. TAS 관계자는 “SAR 위성 네 대 중 두 대의 주요 부품을 로마에서 한국으로 최근 전달했다”고 말했다. SAR 위성의 데이터링크 시스템(DLS)도 TAS 기술이다. 날씨와 밤낮에 관계없이 관측이 가능한 SAR 위성은 안테나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쏘고 반사파를 수신해 물체의 형태를 파악한다. 이때 DLS는 지상에서 온 데이터 신호를 이미지로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블라인드처럼 말리는 태양광 패널

TAS는 한국과 통신위성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통신위성인 무궁화6A호 공급 계약을 한국 KT SAT와 맺었다. TAS가 제작하는 위성 중 40%가량(2021년 기준)이 통신위성이다.

프랑스 칸에 있는 TAS 통신위성 공장에선 내년께 발사할 예정인 무궁화6A호의 부품 및 모듈 제작이 한창이었다. 무궁화6A호엔 ‘한국형 항공 위성 서비스(KASS)’ 기능을 할 위성항법 보정시스템 중계기가 들어간다. KASS는 미국이 개발한 위성항법장치(GPS)의 실시간 오차 정보를 제공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장하는 국제표준 시스템이다. TAS는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KASS를 개발하고 있다.

TAS는 최근 개발한 태양광 패널 ‘솔라 플렉스’를 자사 위성에 장착하고 있다. 솔라 플렉스는 태양광 패널을 아파트와 사무실에서 쓰는 블라인드처럼 말아 부피를 줄였다가 우주 공간에서 펼치도록 설계됐다. 태양광을 흡수하는 각 셀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성능이 철저히 관리된다. 칸에서 만난 TAS 관계자는 “셀 일부에 결함이 발견되면 디지털 트윈으로 즉각 확인해 보완할 수 있다”며 “솔라 플렉스 기술은 TAS가 세계에서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TAS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류 최대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방위산업 기업 탈레스가 67%, 이탈리아 방산 기업 레오나르도가 33%의 지분을 보유한 TAS는 지난해 기준 220억유로(약 32조원) 매출을 올렸다.

로마·칸=김동현 기자/이해성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