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만든 음식으로 수익 창출…올해까지 매해 30만∼40만원 기부
"어려운 이웃에 보탬 됐으면…수익 적더라도 기부금 줄이지 않을 것"
[#나눔동행] 벚꽃 잔치 수익금 12년째 기부…완주 원두현마을 주민들
매년 3∼4월이면 영롱한 분홍빛으로 물드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두현마을.
흐드러지게 핀 왕벚꽃은 밤이나 낮이나 따스한 햇살과 야간 조명을 받아 상춘객을 유혹한다.

가지가 넓게 뻗은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 원두현마을 주민들은 천막을 치고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긴다.

쑥개떡, 해물파전, 도토리묵 무침, 잔치국수,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찹쌀로 만든 동동주까지를 곁들일 수 있는 상차림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손수 담근 간장·된장, 텃밭에서 캔 쪽파, 뒷산에서 긁어모은 도토리, 직접 캔 쑥으로 제맛을 낸다.

음식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절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마을 이장의 완고한 뜻이다.

원두현마을을 찾은 상춘객들은 저렴하고 맛도 좋은 음식을 벚꽃과 함께 즐긴다.

주민들은 올해도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9일까지 천막 5개를 치고 '왕벚꽃 잔치'를 벌였다.

소순옥(74), 유영애(83), 이연이(74), 강임순(74), 신귀순(78) 어르신 등 20여명이 12일간 팔을 걷어붙였다.

대부분이 70대 고령이라 힘에 부치지만 재미도, 보람도 있다.

이렇게 음식을 팔고 남은 수익금은 100만원 남짓.
재료비, 인건비를 제하고 남은 40만원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최만열(62) 이장은 "우리 마을의 밑바닥 정서에 두레나 향약이 깔려 있다 보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와 기부하게 됐다"며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벚꽃 잔치 수익금 12년째 기부…완주 원두현마을 주민들
주민들은 벌써 12년째 행사 수익 일부를 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15년 전부터 잔치를 시작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3년을 빼면 올해가 12회 축제인 셈이다.

마을 주민들은 첫 잔치를 열었던 2009년을 또렷이 기억한다.

왕벚꽃을 보러 오는 상춘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불우이웃도 돕자고 시작한 일이 축제가 돼버렸다.

행사 기획 경험도 없는 주민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의지만으로 일을 시작했다.

벚꽃이 유독 멋들어진 위치의 부지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나무 아래 야간 조명등을 설치해달라고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졸랐다.

문턱이 닳도록 기관을 드나든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주민들은 집에서, 밭에서 식재료를 아낌없이 들고나왔다.

주민들끼리 얼마씩 걷어 천막, 탁자, 의자도 샀다.

음식 맛과 자연경관이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이 몰렸다.

어떨 때는 주차관리까지 해야 했다.

모두가 함께 애써준 덕에 매해 비슷한 수익을 냈다.

2019년까지 해마다 30만원을 기부했고 올해는 조금 수익이 늘어 기부금을 10만원 더 올렸다.

[#나눔동행] 벚꽃 잔치 수익금 12년째 기부…완주 원두현마을 주민들
1회 잔치 때 마을 이장으로서 행사를 준비했던 이화순(62)씨는 "무릎도 안 좋은 어르신들이 모두 나와 쭈그리고 앉아서 전을 부쳤던 기억이 난다"며 "천막, 의자를 낑낑대면서 옮기고 음식을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민들끼리 의지해 웃으면서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음만큼 기부를 못 해서 아쉽지만, 수익이 나면 더 하려고 한다"며 혹시 적자를 보더라도 사비를 털어 기부금만큼은 줄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매년 기부금을 받는 구이면 행정복지센터는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