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사 악영향 막는 게 주 관심사…근거 있는 지적"
대표 횡령 문제제기 후 '강요' 고소당한 임원들…전원 무죄
회사 대표의 횡령 사실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외려 강요 혐의로 고소당한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임원 4명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2021년 5월 대표 B씨가 회사 자금 5억여원을 배우자 명의 통장에 넣고 회사 주식을 사는 등 임의로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회사 회의실에서 B씨에게 "더는 당신을 믿을 수 없다"며 "횡령 자금으로 취득한 주식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주식포기 확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B씨는 이튿날 A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어제는 강압적인 상황에서 내 의사와 무관하게 서명했다"며 이 문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며칠 후엔 경찰에 A씨 등을 고소했다.

검찰은 A씨 등이 B씨를 협박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고 강요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 등은 B씨가 주식포기 확약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강요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고인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B씨의 횡령이 회사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할 것인지'였다"며 "B씨에게 주식포기 확약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횡령 문제가 회사에 악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는 수단이었다"고 봤다.

아울러 "B씨가 이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 등을 고려하면 A씨 등의 문제 제기는 어느 정도 근거를 갖추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의 요구를 불합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