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빌라왕'과 3억 계약 내달 만기…"극단선택 흔적 없어"
서울 양천구서 전세사기 피해자 또 사망(종합)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해 경찰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4층짜리 빌라 2층 이모(30)씨가 세들어 사는 집에서 이씨가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가족은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에 찾아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의 몸에 일부 외상이 있었지만 유서나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시 결과 뇌출혈 등 내적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씨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고 전세를 놓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43)씨 사건의 피해자로 파악됐다.

서울 양천구서 전세사기 피해자 또 사망(종합)
등기부등본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씨는 2021년 6월 김씨와 보증금 3억원에 2년 전세계약을 맺어 다음달 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김씨는 이씨와 계약하기 한 달 전 26.63㎡(8평)짜리 이 빌라를 3억원에 사들였다.

매입 직후 같은 액수의 보증금을 받고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것이다.

김씨는 이 건물 11세대 가운데 4세대를 소유했다고 빌라 관리업체 관계자가 전했다.

이씨가 세들어 산 집은 지난해 말 압류됐다.

이 건물에 거주하는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씨가 피해자들이 모인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2월28일부터 지난달 17일 사이 인천에서 '건축왕' A(61)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과 관련해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이씨를 추모했다.

대책위는 "얼마나 더 죽어야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건가"라며 "특별법에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포함해달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