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용산 대통령실 정현관에 취임 1주년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용산 대통령실 정현관에 취임 1주년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으로 임명하면서 관가에서는 ‘내각 물갈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 비서관이 산업부 2차관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일러서다. 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는 관료들은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한 직후에 이뤄진 인사라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강 신임 차관은 기술고시(29회) 출신의 에너지 전문가다. 30여 년간 산업부에 몸담으면서 석유산업과장, 원전산업정책관, 산업정책실장, 에너지산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업정책비서관으로 발탁돼 1년 동안 원전 및 에너지 정책, 산업 육성 정책 등을 담당했다.

강 차관은 지난해 11월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 당시 고립됐다가 생환한 광부들을 찾아가 쾌유를 기원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가 경북 문경 탄광에서 일한 광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강 차관은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국정과제 이해도가 매우 높다”며 “누구나 강 비서관이 차관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별개로 시기가 예상 밖이라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당초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주요 부처 차관들이 한꺼번에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강 차관 인사만 먼저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부처 수요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전날 윤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많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되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며 “국정기조와 맞지 않는 관료를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발언을 하면서 “(관료들이)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있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장관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탈원전’과 ‘이념적 환경정책’은 각각 산업부와 환경부 소관이다. 이들 부처 장관에게 인사를 통해 부처 운영의 ‘그립’을 잡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해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굳이 탈원전과 이념적 환경정책을 예로 든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며 “산업부와 환경부에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산업부의 경우 한국전력 구조조정, 원자력발전산업 육성(원전 정책 정상화) 등 과제를 제때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 역시 4대강 보 활용 등 정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관가에서는 환경부도 장·차관급 인사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관료사회가 복지부동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와 환경부 외 다른 부처 차관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일부 부처는 장관도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차관 인사에 따라 대통령실도 연쇄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성택 대통령실 정책조정비서관이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수평이동하고, 최영해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장이 정책조정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박한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