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리뷰] 넷플릭스 '헝거', 허영과 탐욕이 담긴 음식들…파인 다이닝의 뒷면을 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헝거’는 자칫 평범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리 장르에 ‘인간의 탐욕’에 대한 주제 의식을 더했다. 영화 속의 요리는 단순한 물리적 배고픔을 해소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야기는 볶음면 식당에서 일하는 오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가난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태국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헝거’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오이의 ‘특별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그를 헝거로 이끈다. 헝거의 대표 요리사 폴은 업계 최고의 실력으로 명성을 쌓은 베테랑이다. 정계와 재계의 유력 인사들도 그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선다.

단지 ‘맛있기 때문’은 아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선사한 최고급 요리를 즐긴다는 사실이 그들의 욕망을 추동한다. ‘인정받고 싶은 허기’ ‘특별한 걸 경험하고 싶은 허기’가 부자들을 폴에게로 이끈다. 그는 “가난한 자들은 허기를 달래려 먹지만, 음식보다 많은 걸 살 능력이 있으면 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헝거에서 일할수록 오이는 성공에 집착하는 인간 군상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한다. 상류층은 허세를 위해 법과 윤리조차 스스럼없이 어겼다. 친구로 여긴 동료 요리사들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배신을 망설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헝거를 떠나 새로운 레스토랑을 연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그의 스승이자 라이벌인 폴과 요리 인생을 건 승부를 벌인다.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인간의 욕망을 원색적인 색감과 날것 그대로의 음향으로 연출한다. 일반적인 요리 영화가 음식을 맛있고 먹음직스럽게 묘사하는 것과 다르다. 마치 잔인한 호러 영화를 연상케 한다. 검붉은 스테이크 소스로 범벅이 된 부자들의 모습에서 사냥을 끝내고 선혈이 낭자한 포식자의 모습이 비친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후반으로 갈수록 전개가 복잡해진다. 기본적으로 요리 장르에 스릴러 요소를 더했다. 게다가 등장인물 간 로맨스,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의식, 가족애의 중요성까지 포섭한다. 이 모든 걸 130분의 러닝 타임으로 소화한다. 그래서 오이가 어떻게 천부적인 요리 재능을 가지게 됐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재료를 쏟아부어 오히려 본연의 맛이 옅어진 요리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