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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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주위에 살던 이웃이 거동이 불편해서 요양원으로 들어가면서 살림살이를 전부 치워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게 되었다. 옷장에 있는 옷 중에는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것도 꽤 있었다.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서 그 많은 옷들이 왜 필요했을까? 시골살이는 일할 때 입는 작업복과 외부에 나갈 때 입는 외출복, 그리고 행사 때 입는 양복 정도만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 자그마치 10박스 정도의 옷이 나왔으니 화물차로 의류 수집상에 가져다 줄 수밖에 없었다.
어디 옷뿐이랴! 신발도 수십 켤레가 되고, 애완동물 용품, 각종 책, 온갖 골동품과 수집품, 잡동사니, 부엌 살림살이, 소파, 책상 등등. 이웃이 일부 챙겨가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는 많은 물건들은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며칠에 걸친 물건 정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필자도 이제 가능하면 있는 물건도 정리해서 버리고, 가능하면 꼭 필요한 문건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내 옷장에도 몇 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많다. 이불장에는 물론이고 각종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찬장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식기가 쌓여있고, 손님용으로 장만한 찻잔도 사용하지 않은 채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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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과 옷장, 신발장과 찬장 등을 정리하고 나니 사는 게 한결 단순해진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공간을 채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비어있는 공간이 더 아름답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꽉 들어찬 욕심도 버리고, 명예나 권세 등 보이지 않는 욕망도 절제하는 지혜를 찾아야겠다. 거기에 더하여 이제 집에서는 먹는 것도 아주 단순화해서 반찬은 3가지 이내로 줄여야겠다. 물론 꼭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을 빼야 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자. 오늘은 주변을 비롯해서 몸과 마음을 대청소하는 날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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