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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히로시마 원폭 한인 희생자 위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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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히로시마 원폭 한인 희생자 위령비
    “병중이던 병사의 집에는 어린 아내가 아기를 안은 채 큰 나무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옆집 아저씨가 빼내려 했지만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만이라도. 어서! 어서! 아뇨, 같이 죽을래요. 남편도 어차피 죽었을 거예요. 아저씨나 어서 피하세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히로시마 원폭 20주년인 1965년 낸 르포 문학 <히로시마 노트>의 한 대목이다. 월간지에 2년간 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묶은 이 책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삶과 죽음,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성을 놓지 않은 휴머니즘이 배어있다. 작가는 “어린 아기만 살리고 본인은 타 죽었다는 자기희생의 삽화보다도 이 어린 엄마의 선택이 가슴을 때리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책은 히로시마 다크 투어리즘(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교훈을 얻는 여행)의 사전 필독서 중 하나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와 함께 다크 투어리즘의 세계적 명소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다. 1945년 8월 6일 세계 최초 원자폭탄 리틀맨이 반경 1.6㎞의 모든 것을 파괴한 와중에 유일하게 건물 형체가 그대로 남은 원폭 돔(겐바쿠돔)이 상징물이다. 건물 안 벽시계는 폭탄이 떨어진 오전 8시15분을 가리키며 멈춰 있다.

    평화공원 한쪽에는 강제징용 등으로 히로시마에 왔다가 희생당한 조선인들을 기리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7만 명이 즉사했고 20만 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한국인 사망자 수는 2만~3만 명으로 추정된다. 위령비에는 “히로시마 시민 20만 희생자의 1할에 달하는 한국인 희생자 수는 묵과할 수 없는 숫자다”라고 새겨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9~21일 히로시마 G7정상회의 기간에 이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다고 한다. 한·일 정상 첫 공동 참배이자 한국 대통령으로도 최초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 협력의 또 하나 상징적인 일로 기념될 만하다. 폴란드 바르샤바 방문 중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말이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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