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정' 기본법도 차별적…수정 요구도

이들은 서로의 의사나 결정을 대리할 수 없으며, 평생 함께 생활을 꾸렸더라도 한쪽이 사망할 경우 상대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공동의 자녀는 혼외자에 속한다.
6일 여성계에 따르면 이런 '가족질서 밖 소수자'들을 위해 지난달 26일 국내 최초로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성인 두 사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관계에관한법률(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과 가사를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관계를 생활동반자 관계로 보고 일상가사대리권,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혼인과 혈연에 얽매인 낡은 법에서 배제된 소수자에게도 권리를 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개신교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통과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내기 전인 2014년 유사한 법안을 마련했으나 그때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관계의 정의 수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있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2004년 제정 당시부터 가족의 정의를 너무 협소하게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정의하고 있으며, '건강가정'이라는 법률명 자체가 혼인, 혈연으로만 이뤄진 가족형태만 건강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비혼인 공동체, 이혼한 한부모, 미혼인 한부모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사회조사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혼인·혈연 여부와 관계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69.7%)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여가부는 지난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비혼 동거 커플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위탁가족도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으로 인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뒤집었다.
여가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라는 입장을 냈다.
동성 연인과 1년째 동거 중인 20대 후반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 정의하는 '가족'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여가부 산하 전국 244개 가족센터는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가족센터를 이용하려고 한 적이 있다는 A씨는 "가족센터 프로그램도 신혼부부 지원, 자녀돌봄, 1인가구 지원 위주로 돌아가는데 저희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고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