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부진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휴대폰 수요 부진에 퀄컴 실적↓

PC·휴대폰 반도체 안팔렸다…퀄컴·AMD '눈물의 성적표'
미국의 스마트폰용 반도체 기업인 퀄컴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줄어든 92억7500만달러, 순이익이 42% 감소한 17억400만달러라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퀄컴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추정치에는 부합했으나, 감소세가 확연했다. 퀄컴의 분기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세계적인 휴대폰 수요 부진이다. 리서치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퀄컴의 1분기 핸드셋(휴대폰) 반도체 매출도 61억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퀄컴이 내놓은 전망은 더 어두웠다. 퀄컴은 2분기 매출 예상치를 81억~89억달러로 제시했다.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91억달러를 밑돈다. 회사가 제시한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월가 전망치(2.16달러)에 못 미치는 1.7~1.9달러였다.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이 초과 공급분을 소진하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구매를 줄이고 있고,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수요도 크게 늘지 않아서다.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재고 감소 여부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중요한 문제라는 가정 아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동차, 네트워킹, 웨어러블 기기 등에 대한) 사업 다각화와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퀄컴 주가는 전날보다 2.82% 떨어진 112.83달러로 마감했고, 장 마감 뒤 시간외거래에서는 6.58% 추가 하락했다.

PC 둔화에 AMD도 ‘눈물’

PC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AMD도 수요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AMD 주가는 9.22% 하락 마감했다. 지난 2일 AMD가 공개한 부진한 실적과 가이던스 때문이다. AMD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어든 53억5000만달러, 순손실은 1억3900만달러였다. 휴대폰 메모리칩, 고성능 컴퓨터용 프로세서 등을 포함하는 클라이언트 부문이 부진한 여파다. 클라이언트 부문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급감한 7억3900만달러였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1분기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한 5690만 대로 집계됐다. AMD는 2분기 매출 예상치를 53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 54억8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리사 수 AMD CEO는 “클라이언트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 1분기가 바닥”이라며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런 전망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117억달러였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28억달러(약 3조7400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인텔은 PC 시장이 하반기 반등을 시작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오는 24일 최근 분기(2~4월) 매출을 발표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열풍으로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90%가량 올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