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또 하나의 공급망 전쟁 '新전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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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두 가지 공급망 전쟁 중
첨단산업 비전 아무리 화려해도
새로운 전력망 없인 그림의 떡
재생이냐 원전이냐 싸울 때인가
에너지 다양성·다원성 확대하고
미래 백년 공급망부터 혁신해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첨단산업 비전 아무리 화려해도
새로운 전력망 없인 그림의 떡
재생이냐 원전이냐 싸울 때인가
에너지 다양성·다원성 확대하고
미래 백년 공급망부터 혁신해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세계는 지금 두 가지 공급망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중 충돌이 상징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하나의 전쟁이라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망 혁신이 또 하나의 전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가운데 전기 생산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모두 수용할 전력망을 ‘궁극의 공급망(ultimate supply chain)’으로 표현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이 되고 있지만, 새로운 전력망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산업 비전도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2042년까지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한다는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어디선가 끌어올 전력망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현실이 그렇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지각 변동으로 2050년 넷제로 선언 국가들이 약속을 지킬지 회의론·지연론이 나오지만, 탈(脫)탄소 방향성이 바뀔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러시아 의존 탈피를 선언한 유럽연합(EU)은 넷제로 노선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탈탄소정책이 왔다 갔다 한다는 미국은 화석연료든 재생에너지든 양쪽 패를 다 쥐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나라다. 2060년 넷제로를 선언한 중국은 에너지 백년대계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에너지 지정학에 매우 취약한 한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넷제로 필수조건으로 강조하는 게 세 가지다. 국민 행동 변화와 유례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전력망이다.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국민 행동 변화를 가져올 소비자 선택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전기요금 정상화다. 시그널이 돼야 할 가격이 정치 포퓰리즘 탓에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고, 전력회사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에너지라면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의 전쟁이 전부인 양 정권마다 두 진영의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기술 혁신의 방향성이 정치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것 또한 정상이 아니다. 국가마다 자연조건이 달라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늘린다고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고, 국민 수용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원전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게 한국의 엄연한 실정이다.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한국 사정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도출되고 에너지의 다양성·다원성이 대폭 확대되는 쪽으로 국가 전략이 잡힌다고 해도 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기 생산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신(新)전기화 시대’가 요구하는 전력망이 그것이다. 넷제로는 말할 것도 없고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실현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발전 설비뿐만 아니라 송전망 등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공급망 혁신이 필요하다. 역사적 맥락에서 말하면 거의 100년 단위의 시간 속에 구축된 기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다음 100년을 보고 갈아치우는 과업이다.
가야 할 방향이 분명한데도 한국의 전력망 현실은 심각하다. 재생에너지, 원전 등 무탄소 전원을 늘려도 전력망을 혁신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고, 첨단공장의 가동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올 정도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이 집중된 수도권은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호남·영동지역은 발전력이 과다한 상태다.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심한데도 송변전 설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다.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안(2022~2036년)’에서 변동성 있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진 원전 등의 계통연계 사업 규모가 34조원을 넘는 등 투자비만 56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얘기가 들려온다. 배전 등 투자까지 합치면 1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돈이 어디서 나올지부터 고민거리다, ‘선(先)전력망, 후(後)발전’으로 패러다임을 확 바꾸고 에너지·산업·지역혁신을 연계·분산하는 국가전략이 없으면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판이다.
‘정권 교체’와 ‘국가 교체’를 혼동하는 나라는 ‘에너지 백년대계’가 불가능하다. 전력망을 혁신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희귀금속과 처리기술이 필요하지만 이 분야에서 독점적 위상을 가진 중국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문가의 경고도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아니라 안에서의 전력 공급망 실패로 산업이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지각 변동으로 2050년 넷제로 선언 국가들이 약속을 지킬지 회의론·지연론이 나오지만, 탈(脫)탄소 방향성이 바뀔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러시아 의존 탈피를 선언한 유럽연합(EU)은 넷제로 노선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탈탄소정책이 왔다 갔다 한다는 미국은 화석연료든 재생에너지든 양쪽 패를 다 쥐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나라다. 2060년 넷제로를 선언한 중국은 에너지 백년대계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에너지 지정학에 매우 취약한 한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넷제로 필수조건으로 강조하는 게 세 가지다. 국민 행동 변화와 유례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전력망이다.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국민 행동 변화를 가져올 소비자 선택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전기요금 정상화다. 시그널이 돼야 할 가격이 정치 포퓰리즘 탓에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고, 전력회사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에너지라면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의 전쟁이 전부인 양 정권마다 두 진영의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기술 혁신의 방향성이 정치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것 또한 정상이 아니다. 국가마다 자연조건이 달라 재생에너지를 무작정 늘린다고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고, 국민 수용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원전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게 한국의 엄연한 실정이다.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한국 사정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도출되고 에너지의 다양성·다원성이 대폭 확대되는 쪽으로 국가 전략이 잡힌다고 해도 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기 생산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신(新)전기화 시대’가 요구하는 전력망이 그것이다. 넷제로는 말할 것도 없고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실현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발전 설비뿐만 아니라 송전망 등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공급망 혁신이 필요하다. 역사적 맥락에서 말하면 거의 100년 단위의 시간 속에 구축된 기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다음 100년을 보고 갈아치우는 과업이다.
가야 할 방향이 분명한데도 한국의 전력망 현실은 심각하다. 재생에너지, 원전 등 무탄소 전원을 늘려도 전력망을 혁신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고, 첨단공장의 가동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올 정도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이 집중된 수도권은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호남·영동지역은 발전력이 과다한 상태다.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심한데도 송변전 설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다.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안(2022~2036년)’에서 변동성 있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진 원전 등의 계통연계 사업 규모가 34조원을 넘는 등 투자비만 56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얘기가 들려온다. 배전 등 투자까지 합치면 1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돈이 어디서 나올지부터 고민거리다, ‘선(先)전력망, 후(後)발전’으로 패러다임을 확 바꾸고 에너지·산업·지역혁신을 연계·분산하는 국가전략이 없으면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판이다.
‘정권 교체’와 ‘국가 교체’를 혼동하는 나라는 ‘에너지 백년대계’가 불가능하다. 전력망을 혁신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희귀금속과 처리기술이 필요하지만 이 분야에서 독점적 위상을 가진 중국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문가의 경고도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아니라 안에서의 전력 공급망 실패로 산업이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