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점수 보고받고 '강한 불만'…부하들 점수조작 나서"
"평소 부정적 시각에 범행 주도"…심사위원 2명도 재판에
'TV조선 재승인 의혹' 한상혁 위원장 불구속 기소(종합)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62)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이날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점수 조작에 가담한 심사위원 2명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의혹의 정점으로 꼽힌 한 위원장이 기소됨에 따라 지난해 9월 감사원 자료를 넘겨받으며 시작한 7개월여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11일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같은해 4월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한 위원장은 TV조선이 일반 재승인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자 방통위 국장 등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 때문에 부하 직원들이 유효기간 4년의 일반 재승인을 막으려고 점수를 조작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한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TV조선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부당하게 단축하는 내용의 방통위 심의·의결 안건을 작성하도록 시킨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TV조선 재승인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방통위 보도설명자료가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한 위원장에게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TV조선에 평소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한 위원장이 범행을 주도하고, 양모(59) 전 방송정책국장과 차모(53) 전 운영지원과장,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모(63)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계획적·조직적으로 평가점수를 누설·조작했다고 봤다.

양 전 국장과 차 전 과장은 윤 교수에게 평가점수 집계 결과를 알려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윤 교수는 이를 다시 심사위원들에게 건네며 점수 수정을 요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각각 구속기소돼 재판 중이다.

당시 TV조선은 1천점 만점에 653.39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겼다.

그러나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만점(210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104.15점을 받아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됐다.

검찰은 지난 3월 한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한 위원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당시 취재진에게 "(점수가)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특정 언론사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방통위 공무원들이 주도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재승인 심사의 과정과 결과를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허위 보도자료 배포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