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세사기=조직범죄' 확대 적용 검토(종합)

"집값 하락 예상하고도 무자본 갭투자 '미필적 고의'"
15일간 음주운전 5484명 적발…낮에도 하루평균 57명

경찰이 인천 미추홀구에 다수의 피해자를 낸 일명 '건축왕' 일당뿐 아니라 다른 지역 전세사기범들에게도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대출인이 모두 허위거나 전세 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이들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인과 임차인, 보증 대출 관련자들이 전세사기 또는 불법대출을 공모한 것으로 확인되면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 차원에서 벌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인천경찰청은 앞서 38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왕' 남모(61)씨 일당 61명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건축왕처럼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수백 채를 사들인 경우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그런 일이 벌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계속 했다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기간에 여러 채의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경우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본다"며 "최근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범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세금이 오르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경우도) 충분히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전세사기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경기가 좋아서 피해가 없으면 수사할 필요가 없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그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보다는 그럴 능력이 있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기준 전세사기 764건을 수사해 2천251명을 검거하고 211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현재 470건 피의자 1천791명을 수사 중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3∼27일 시·도경찰청 주관으로 매일 전국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한 결과 모두 5천48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루 366명 꼴이다.

지난달 14·20·27일 사흘간 경찰청이 주관한 '주간 음주운전 일제 단속'에선 167명이 적발됐다.

일부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단속에 걸렸다.

지난달 초 배승아(9)양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하루 평균 57명이 대낮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