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데이트' 지고, '미술관 데이트'가 대세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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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코로나19, 티켓값 급등 여파
②미술 저변의 급격한 확대
③젊은 세대 문화 소비 습관에 딱
②미술 저변의 급격한 확대
③젊은 세대 문화 소비 습관에 딱

1996년 나온 이문세의 ‘조조할인’ 가사입니다. 아침 일찍 영화관에서 만나 데이트했던 옛 기억을 노래한 히트곡이지요. ‘영화관 데이트’에 대한 추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난 수십년간 영화관은 최고의 데이트 장소였습니다. 영화표 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어색함 없이 1~2시간씩 옆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데다, 영화관을 나와 함께 본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으니까요. 청춘남녀가 갈 만한 다른 데이트 코스가 많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밥을 먹고, 두번째 만남에서 영화관을 가는 식의 ‘공식’이 생겨난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남녀들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영화관 데이트 대신 ‘미술관 데이트’를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얘긴데요. 수십년간 ‘대세 데이트코스’의 위치를 유지해왔던 영화관이 미술관에게 자리를 내준 이유가 뭔지, 종합 정리해 봤습니다.
①코로나19, 그리고 티켓값 급등

여기에 영화관들의 급격한 티켓값 인상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코로나19로 크게 확대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1만1000원 수준이었던 티켓값이 1만5000원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사람들의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지요. 반면 영화관들이 비용을 이유로 직원을 대폭 줄이면서 서비스 품질은 급락했습니다.
코로나19에, 표값 인상에, 시원찮은 서비스에…. 사람들이 가성비 좋은 OTT로 돌아선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말의 무게는 다르지만, “그 영화 봤어?” 대신 “우리 집에서 넷플릭스 볼래?”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게 됐습니다.
②급격히 저변 넓어진 미술, 영화를 넘보다
그렇다고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썸남·썸녀’를 마구 집에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무리 코로나19 시대가 왔어도 데이트 장소는 필요한 법입니다. 그 틈을 파고들어온 게 미술관입니다.영화가 인기를 잃어가던 시기, 공교롭게도 미술은 ‘역대급 호황’을 맞게 됐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미술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고,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이 미술시장으로 향하면서 열기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미술관에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꼈지만, 막상 한 번 가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많은 젊은이들은 말합니다. 티켓 값은 영화관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작은 소리로 가끔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고, 중간에 휴대폰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을 가볍게 걷고 난 뒤 작품 얘기를 나누면 왠지 공부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지요. 실제로도 교양이 늘어났을 테고요.
③젊은 세대 ‘문화 소비 습관’에 딱
이는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 습관에도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먼저 인스타그램. 영화관에서와 달리 미술관에서는 작품 근처에서 자유롭게 인증샷을 찍어 SNS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 안팎에 정원이나 각종 설치작품 등 ‘포토 스팟’도 많지요.또 하나는 ‘콘텐츠의 호흡’입니다. 웬만한 영화는 모두 한시간이 넘고, 세 시간 넘는 대작도 간혹 있지요. 하지만 이 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튜브 쇼츠나 틱톡 등으로 짧은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젊은 층의 문화 소비에서 이 같은 ‘미술관 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아쉽기도 합니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 영화관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있으니까요. ‘조조할인’ 노래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 함께한 순간/이젠 주말의 명화 됐지만….”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