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성격 심리학회 전문가 설문조사…"타인 의견 경청하고 숙고해야"
"올해 한국의 사회심리는 '집단 극화'…'악마의 변호인' 둬야"
올해 한국 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은 '집단 극화'라는 전문가 단체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최근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올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을 주제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제안된 4개 후보 중 '집단 극화'가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심리학 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1975년 설립된 학술단체로, 사회심리학과 성격심리학 분야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는 비슷한 의견을 가진 동질적인 집단이 모여 토의를 거친 후 개인의 평균적인 의견이 원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견보다 더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경향성을 말하는 사회심리학 용어다.

예컨대, 어떤 정책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한다면 토론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게 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학회는 "최근 한국 사회는 계층, 이념, 정치 성향, 성별, 지역,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양극화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특히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택해 볼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 공간에서 대립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은 집단 극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의 사회심리는 '집단 극화'…'악마의 변호인' 둬야"
사회심리학자들은 집단 극화가 일어나는 이유로 원래 지니고 있던 의견을 더 강하게 견지하는 '설득력 있는 주장(persuasive arguments)' 가설,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사회 비교(social comparison arguments)' 가설, 사회정체성(social identity)의 영향 3가지를 꼽았다.

학회는 이런 집단 극화를 해소하려면 사회 현안을 해결하려 할 때 그 현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집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비슷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로만 집단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면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으로 불리는 사람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악마의 변호인은 모두가 찬성하는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를 통해 집단의 의견이 극단으로 치우쳐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는 "집단 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끔은 나와 생각이 같은 집단에서 일부러 빠져나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해보는 노력을 조금씩이라도 기울일 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집단 극화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