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원 치료·수술을 직무 준비로 보면 보훈보상 과도해져" 파기환송
대법 "군 병원서 수술 중 숨진 군인, 보훈대상자 인정 안 돼"
인사명령에 따라 군 병원에서 수술 중 숨진 군인을 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하면 그 범위가 과도해진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군인 A씨의 유족이 한 지역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육군 하사였던 A씨는 2003년 7월 소속 부대원들과 야유회에서 술을 마신 뒤 저녁 무렵 독신자 간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 출입문 열쇠가 없어 12m 높이 옥상에서 4층 방으로 들어가려고 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대로 추락한 A씨는 두개골과 요추, 발목 등의 골절상을 입고 응급실로 옮겨졌다.

15일 동안 군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호전되는 듯했으나 양측 발목 골절은 수술하지 않으면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직접 수술에 동의한 뒤 8시간에 걸친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마취에서 깨어나는 도중 부정맥과 심정지 증상으로 숨졌다.

A씨의 유족은 2020년 6월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신청했으나 같은해 11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됐다.

보훈보상대상자 유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유족은 행정심판도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인사명령에 따라 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행위도 내무생활의 연장으로서 직무 수행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사망이 국가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보훈보상대상자에는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의 사망이 보훈보상대상자법 시행령에 규정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의 준비행위' 중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비록 사고 자체가 본인 과실 탓이 크지만, 최초 검진한 대학병원에서는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기에 수술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봤다.

군 병원 이송이 지휘관 등의 명령이나 허가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군인이 군 병원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는 행위를 직무수행과 관련한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 보훈보상대상자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게 된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추락사고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으로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