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미발표 데뷔작 '호'…한 남자와 구미호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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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에 하얀 백발을 한 구미호가 인간이 되려고 평범한 여인으로 분해 남자와 살거나, 입에 피를 묻히고 사람의 생간을 몰래 먹는 모습은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는 여러 차례 '전설의 고향'이 소설집 '저주토끼'를 비롯한 작품에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정보라가 최근 펴낸 소설 '호' 역시 '전설의 고향'을 원형으로 한 듯 인간과 구미호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인 학원 강사 기준은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여자의 신비로운 모습에 홀려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상사병을 앓게 한 여자 지은은 실상은 요술을 부리는 구미호. 급기야 기준은 지은에게 청혼을 하고, 상견례에서 구미호인 걸 알아채고 결혼을 반대한 할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진다.
할머니를 살리려고 애쓰던 기준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설화적인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호러와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이 소설은 정보라의 미발표 데뷔작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 부문 수상작답게 간결한 문체에 전개가 빨라 웹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정보라가 구미호 이야기를 현대적인 로맨스로 바꿔 써보는 영감을 얻은 건 15년 전이다.
당시 러시아에 머물던 그는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했다.
병상에 있던 외할머니를 돌보던 그는 "추리소설 취향을 가진 외할머니가 '전설의 고향'을 꼭 불러서 같이 봤던" 기억에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다.
정보라는 작가의 말에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꼈다면서 "'호'는 그런 경험이 남긴 흔적"이라고 소개했다.
읻다.
24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