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양국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양국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동맹의 범위를 확장했다. 과거에는 안보와 경제 협력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기술 문화 정보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자는 취지다.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핵심 기술 함께 개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한 브리핑에서 “한·미 동맹은 가치동맹이라는 주춧돌 위에 △안보동맹 △경제동맹 △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 등 다섯 개의 기둥이 자리잡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다섯 개 분야의 협력이 확대되고,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미래로 전진하고 행동하는 한·미 동맹이 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기술동맹의 핵심은 양국 고위급 당국자들이 주도하는 첨단기술 협력 컨트롤타워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창설이다. 한국에서는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는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여한다. 이 대화기구에서는 △바이오 △배터리 및 에너지 △반도체 △디지털경제 △양자정보 등 핵심 미래기술 분야 협력을 추진한다. 정부와 산업계, 대학 등이 함께 참여해 양국의 기술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올 하반기부터 1년에 한 번 회의를 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양자 기술 관련 협력도 강화한다.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우주 분야에서도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기지 건설, 위성항법시스템 등 우주 탐사 분야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문화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인적 교류 및 문화 콘텐츠 협력 확대에도 뜻을 같이했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와 미국의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보동맹 협력체계도 구체화했다. 한국과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끼리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한다. 사이버공간 관련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는 적대세력을 공동으로 억제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밖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를 우주와 사이버공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크라·대만 관련 한목소리

이번 정상회담의 특징 중 하나는 각종 국제 이슈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했다. 성명에는 “양 정상은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고, 제재 및 수출통제 조치를 통해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첫머리 발언에서 “오늘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새출발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