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 장애물 해결 안 돼 유감"
러 "요구사항 진전 없어…이대로면 내달 곡물협정 연장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해상 수출길을 열어준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하기에 앞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풀리지 않았으며 이대로면 내달 18일 이후로 협정이 연장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게나디 가틸로프 제네바 유엔사무소 주재 러시아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제기한 문제들을 놓고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속에 우크라이나와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봉쇄한 흑해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다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협정에는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을 정상화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운송과 수출 보험·금융 등에 복잡한 제재 구조가 작동하고 있어 수출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협정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유엔의 설득으로 협정은 두차례 연장됐지만 이마저도 내달 18일까지가 시한이라고 러시아 측은 못 박았다.

이날 가틸로프 대사는 "수출 장애물을 제거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진전이 없는 한 내달 18일 이후에 협정은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은 잘 이뤄지고 있으며 러시아산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양쪽은 동일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문제 삼고 있는 수출 장애물 가운데에는 서방 국가들이 도입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차단 조치가 있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됐는데, 농산물 등의 수출 금융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로스셸호스방크)을 스위프트 결제망에 다시 연결해야 한다는 게 러시아 측의 요구 사항 중 하나다.

이밖에 러시아산 암모니아 운송 파이프라인 가동 재개, 러시아 비료업체 계좌동결 해제 등도 러시아 측이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사안으로 알려졌다.

흑해 곡물 협정은 세계 식량난과 관련을 맺는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로,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자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흑해 곡물 협정의 개선과 연장, 범위 확장 등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