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금통위원이 25일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은 제공.
서영경 금통위원이 25일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은 제공.
"비둘기파적인 입장이나 하반기 피봇(금리 인하로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5일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모두 연설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동시장의 긴장도(tightness) 완화가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였다. 서 위원은 "이같은 분석을 사전에 본 사람들이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비둘기파는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입장을 말한다. 물가 안정을 중시하더라도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금융 안정을 상대적으로 더 고려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긴축적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는 것은 매파로 부른다.

서 위원은 "(이 분석은) 고용 측면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물가에는 기대인플레이션, 수입물가, 환율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이는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결정은 "데이터에 의존해(dependent)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같은 분석이 "고용을 한은의 정책 목표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물가를 판단할 때 고용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유의해서 볼 필요는 있지만 한은의 목표로 고용 안정을 추가하자는 주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한은이 고용 안정을 목표로 추가해야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었지만 장용성 금통위원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시절 한경 다산칼럼을 통해 '고용안정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은 최우선 과제인 물가안정은 물론 궁극적으로 실물경기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다.

이날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에서는 빈 일자리율(노동 수요)과 실업률(노동 공급) 간의 비율로 나타낸 노동시장의 긴장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이 논의됐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긴장도(빈일자리율/실업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4년∼2019년)과 이후(2021년∼2023년 2월) 모두 0.34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 증감, 고용률 등 양적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았지만, 노동시장 긴장도는 변화가 없었으며 미국(0.86→1.57)과 비교하면 그 수준이 낮았다.

한은이 계량 분석한 결과, 고용시장 긴장도와 근원물가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시장 긴장도와 근원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3분기와 10월 정점으로 동반 하락 중이다.

서 위원은 올해 고용시장 수요둔화와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긴장도가 완화되고,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고령화, 노동생산성 하락 등 고용 상황 변화가 장기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 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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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영사를 통해 "노동시장은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와 인적자본 형성 등을 통해 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주제"라며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