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6곳에 핵무기…벨라루스 핵 배치는 안보 위한 것"
러 "핵위기 고조는 美 때문…미사일 배치중단 철회할 수도"
러시아 당국이 벨라루스 핵 배치 결정으로 역내 긴장이 고조된 데 따른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군사적 정면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핵 축소 등 '미국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핵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의 판돈을 높이면서 러시아와 대치하는 현재의 경로를 계속 따라간다면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0년 체결된 핵 군축 조약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차례 연장된 협정은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12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는 등 역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미국이 유럽 5개국의 군사시설 6곳에 핵무기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 뒤 "러시아에 중요한 것은 연맹국으로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안보"라며 러시아는 서방이 벨라루스 핵 배치를 어떻게 보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미국의 불안정한 군사 프로그램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아태 지역과 유럽에서 우리의 모라토리엄을 갈수록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중·단거리 핵 미사일 배치 모라토리엄(중단)을 철회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이나 서방과 어떤 주요한 협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핵 축소와 러시아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적대 방침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긴장 상황으로 인해 핵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긴장 상승의 책임을 북한에 묻는 시도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