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를 내다보는 일본의 작은 마을 '가와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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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동훈의 Digital eXperience아웃룩
필자는 아르떼에 쓸 첫 원고 마감을 앞두고 일본 출장 중이다.가와바 마을
본래 Art와 Tech의 융합을 통해 즐겁고 유익한 공간경험을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UX)의 혁신 사례로 첫 원고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마음이 바뀌었다. 도쿄에서 130km정도 떨어진 인구 3500명도 되지 않는 가와바 마을을 방문한 이후, 비록 협의의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아니나, 상상력과 디자인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연 250만명이 방문하는 일본의 대표 지방창생 성공마을인 ‘가와바 마을’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사실, 코너를 기획하면서 애초부터 디지털 경험에만 국한할 생각이 없기도 했다.
처음에 가와바 마을에 연 250만명이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을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거나 100년 이상의 오래된 유명 맛집들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인구 35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올리가 없지 않는가.
하지만, 가와바 마을은 전통적 개념의 관광 자원이 아닌 상상력과 리더쉽을 통해 농업과 관광이 융합된 현재의 마을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동훈 가와바3
우선, 가와바 마을은 1980년에 도쿄의 세타가야구(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구)의 제2의 고향 프로젝트에 뽑혀 ‘세타가야-가와바 고향공사’라는 JV를 설립하고 구민용 휴양숙박시설을 짓고 교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거의 40년 이상 유지된 세타가야구와의 교류사업은 가와바 마을 성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이며, 세타가야구에서 매년 가와바 마을에 지원되는 4억엔(한화 약 40억) 정도의 예산은 마을 개발과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동훈 가와바1
하지만, 더 중요한 성공요인은 인구 90만명의 세타가야구 커뮤니티와의 교류이다.
실제로, 세타가야구 61개 초등학교의 6천여 명의 5학년생들은 2박3일동안 가와바 마을을 방문하여, 벼베기·사과 키우기·고구마 캐기 등의 농촌체험 정규수업 과정에 참가하고 있다. 매년 6~7만명의 세타가야구 주민들이 구민용 휴양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세타가야구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방문과 지원은 가와바 마을의 가장 큰 자산 중의 하나다. 초등학교 때 가와바 마을을 방문한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자녀들을 데리고 또 방문한다고 한다.
가와바 마을 성공의 또 다른 핵심 요인으로 마을기업인 가와바 전원 플라자 ‘나가이 쇼이치’ 사장의 상상력과 리더십을 이야기할 수 있다.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관광 전원 마을을 만들기 위해 98년에 가와바 마을이 투자하여 만든 마을기업 전원 플라자가 도산 위기에 처해있던 2007년. 당시 취임한 나가이 사장은 본래 지역의 유명 사케 양조장의 대표로서 활동하다가 전원 플라자의 소방수로 영입됐다. 그는 전원 플라자의 대표를 수락하면서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민간 기업의 혁신을 이식시키겠다는 것을 첫번째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취임 이후, 나가이 사장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수제맥주·요구르트·치즈 같은 프리미엄 특산물을 생산해 큰 인기를 얻었고, 이러한 제품들이 6억엔(전원 플라자 매출의 약 25%)의 매출을 올린다. 이동훈 가와바2
특히, 치즈의 경우 이태리 치즈 4대 명장 중 하나인 ‘Giolito Cheese’로부터 제조 기술을 라이센싱하여 일본의 최고급 레스토랑 및 하이엔드 소비자를 타켓으로 한 프리미엄 치즈를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이태리 치즈와의 미세한 차이를 없애기 위해, 젖소도 이태리로부터 수입을 시작했다고 하니, 디테일을 위한 나가이 사장의 집요한 노력에 또 한번 놀랐을 뿐이다.
또한, 가와바 마을 농가 900세대 중 약 700세대가 참여하는 파머스 마켓은 년 8.5억엔 정도의 지역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다. 매일 아침 농민들이 수확한 작물을 파머스 마켓에 직접 가져가서 스스로 정한 가격표를 붙여 진열대에 올려, 방문객들은 도시보다 싸게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농업과 관광의 융합, 상품과 서비스의 일체화에 기반한 가와바 마을의 6차 산업 전개는 소멸될 위기에 있던 지역 마을을 살린 대표적인 사례로, 민간의 혁신 프로세스와 디자인 역량을 과감히 도입한 관의 결단력과 나가이 사장을 비롯한 전원 플라자 직원 150명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 경험이었고, 앞으로 가와바 마을의 100년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