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인데 돈 벌래?" 장애인 유인·감금하고 돈 뜯은 일당

라이브 방송 채팅서 접근…경찰 "확인된 피해자만 6명…여죄 수사"

인터넷 라이브 방송 채팅에서 만난 지적장애인을 유인해 감금하고 국정원, 경찰 등을 사칭하며 수천만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화천경찰서는 영리유인, 감금, 준사기 등 혐의로 3명을 붙잡아 이 중 20대 A씨와 30대 B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3월 인터넷 라이브 방송 채팅에서 만난 지적장애인 20대 C씨를 경북 포항 거주지 등으로 유인해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감금하고 C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 대출을 받는 등 2천200만원가량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국정원, 경찰, 군인 등을 사칭하며 "많은 돈을 벌게 해 주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도망 나와라"라며 C씨를 유인했다.

이후 C씨가 가족과 연락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끄게 한 뒤 감금하고 번갈아 가며 그를 감시했다.

이들은 C씨 명의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고는 소액결제, 제2금융권 대출 신청을 하거나 고가의 영어 회화 프로그램을 구매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냈다.

"아들이 귀가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C씨가 지난달 6∼16일 대구와 포항지역에서 머문 사실을 파악, C씨의 위치를 확인한 뒤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A씨 등은 C씨를 또다시 유인해 같은 달 19∼24일 감금한 뒤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C씨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가 개통된 점 등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를 벌이면서 지난 3∼4월 대구, 포항 지역에서 이들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C씨 외에도 5명의 피해자가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6명의 피해자에게서 총 3천900만원을 뜯어내고는 유흥비, 차량 렌트비, 숙박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A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