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예산 들인 도시 녹지대 농지 전환…"과수원, 농지로 바꾸라"

중국 당국이 식량 안보를 강조하며 증산을 독려하자 녹화 정책으로 조성한 산림을 훼손해 농지로 개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中 식량 증산 독려에 산림·녹지 훼손…"20여년 녹화정책 후퇴"
이 매체는 농지 확보의 레드라인을 엄격히 지키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지방정부들이 산림은 물론 도심 주변 녹화 지역을 농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쓰촨성의 성도(省都) 청두시는 거액을 들여 도심 외곽 순환 도로변에 조성하던 녹지대를 갈아엎어 농지로 만든 뒤 밀 등 농작물을 심었다.

청두시는 애초 400억위안(약 7조7천억원)을 들여 이 녹지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또 완공을 앞둔 가오신시구(區)의 칭수이허 공원을 갑자기 철거해 농지를 조성하는 등 청두 곳곳에서 녹지를 경작지로 바꾸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녹지 경관을 개선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더니 갑자기 갈아엎는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자 예산 낭비"라며 "농작물을 경작할 농지가 산재해 있는데 애써 조성한 녹지까지 농지로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허난성 카이펑시 난자오향은 전담 공무원까지 배치, 농민들에게 수목을 벌목한 뒤 농지를 조성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우한대 농촌관리연구센터 뤼더원 연구원은 "남방지역의 일부 마을은 상부의 강요로 수만위안(수백만원)을 들여 황무지를 농지로 개간했다"며 "마을 간부들은 이러다가는 마을이 파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中 식량 증산 독려에 산림·녹지 훼손…"20여년 녹화정책 후퇴"
이어 "이농으로 오랫동안 방치돼 황폐화한 산간 지역을 과수원으로 조성하라는 지방정부의 독려에 따라 농민들이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며 "어렵사리 수확할 때가 됐는데 돌연 과수를 베어내고 농작물을 경작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지 개간의 '정치적 임무'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일선 간부들이 무리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998년 양쯔강(揚子江) 대홍수를 겪은 뒤 치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많은 농지에 산림을 조성해왔으나 식량 안보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20여년 만에 녹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명보는 지적했다.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국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18억무(畝·1억2천만㏊)의 경작지를 확보하라며 증산을 독려했다.

중국은 지난해 6억8천655만t의 식량을 수확, 목표(6억5천만t)를 초과 달성하며 8년 연속 6억5천만t 이상을 생산했으며 올해도 6억5천만t 이상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