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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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익어간다는 노래 가사가 있다. 늙어간다고 하면 왠지 서글퍼지는 기분이 드는데 익어간다고 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왜일까. 동일한 현상을 두고 표현하는 언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드는 것은 점점 어린애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노화현상은 모든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그 노화의 끝은 곧 죽음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신의 영역이므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인간의 의지가 작동되는 기간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신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다. 독립하기 이전의 삶은 부모에 의지하는 기간이고, 나이가 들어 움직이지 못하는 삶은 타인이나 병원에 의지하는 기간이다.

인간의 일생은 탄생해서 1년 정도 기어다니는 생활을 한다. 이를 노후에 대비해 보면 죽음을 앞두고 약 1년 정도는 누워서 보낼 수 있다는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1년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까지는 부모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스스로 걸어 다니는 생활이 가능하다. 이를 노후에 대비해 보면 5~6년 정도 거동이 불편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2년~16년은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 공부하는 기간이다. 이를 노후에 대비해 보면 12년~16년 정도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정년까지 약 30년~40년간은 인생의 전성기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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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평범한 인간의 일생을 시계열로 정리해 보자. 태어나서 갓난아기 일 때는 누워있거나 기어다니다가, 첫돌이 지나면서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모의 도움으로 독립하기 위한 날갯짓을 배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거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가게 된다. 정년퇴직이든 일자리를 그만두든 경제활동이 끝나면 다시 공부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더 나이가 들면 혼자 다니기 어려워 자식이나 간병인, 병원의 도움을 받다가 마지막에는 침대 신세를 지게 된다. 이것이 인생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란 책' 내용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 2세 때는 똥오줌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가 된다. 다시 나이 50을 넘기면서 이것이 정반대 진행된다. 50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60세 때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0세 때는 자동차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80세 때는 친구들이 남아 있다는 게 자랑거리, 90세 때는 이가 남아있다는 게 자랑거리, 100세 때는 똥오줌을 가릴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가 된다.

그러니 결국 인생이란 너 나 할 것 없이 똥오줌 가리는 것 배워서 자랑스러워하다가 사는 날 동안 똥오줌을 내 손으로 가리는 걸로 마감한다는 것. 어찌 보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자랑할 것도 없고, 욕심에 절어 살 것도 없고, 그냥 오늘 하루를 선물 받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대단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감사한다. 삶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선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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