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늙는 것은 다시 아이가 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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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인간의 일생은 탄생해서 1년 정도 기어다니는 생활을 한다. 이를 노후에 대비해 보면 죽음을 앞두고 약 1년 정도는 누워서 보낼 수 있다는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1년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까지는 부모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스스로 걸어 다니는 생활이 가능하다. 이를 노후에 대비해 보면 5~6년 정도 거동이 불편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2년~16년은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 공부하는 기간이다. 이를 노후에 대비해 보면 12년~16년 정도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정년까지 약 30년~40년간은 인생의 전성기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이란 책' 내용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 2세 때는 똥오줌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 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가 된다. 다시 나이 50을 넘기면서 이것이 정반대 진행된다. 50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 60세 때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0세 때는 자동차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80세 때는 친구들이 남아 있다는 게 자랑거리, 90세 때는 이가 남아있다는 게 자랑거리, 100세 때는 똥오줌을 가릴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가 된다.
그러니 결국 인생이란 너 나 할 것 없이 똥오줌 가리는 것 배워서 자랑스러워하다가 사는 날 동안 똥오줌을 내 손으로 가리는 걸로 마감한다는 것. 어찌 보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자랑할 것도 없고, 욕심에 절어 살 것도 없고, 그냥 오늘 하루를 선물 받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대단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감사한다. 삶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선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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