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친러시아 용병부대인 와그너 그룹의 무기 지원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방국가의 우려와 달리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와그너 그룹이 올해 초 중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군 방위군 102정보 비행단 소속인 잭 테세이라가 유출한 미 국방부 기밀문서를 분석한 내용이다. 일급 기밀만 100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유출 문건의 상당수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 국방부 고위 관료에게 보고하기 위한 용도로 지난겨울 작성됐다.

유출 문건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 사절단은 올해 초 중국을 방문했다. 군수품과 무기를 지원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했다. 유출 문건에는 "1월 초 (중국은) 와그너 그룹에 어떤 무기도 보내지 않았고, 시험용도 내주지 않았다"며 "무기 운송과 관련해서 와그너 그룹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미국의 우려를 뒤집는 분석이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데 이어 이달 17일에는 리상푸 국방부장이 푸틴 대통령을 내방했다. 잇따른 고위급 인사가 회담을 갖게 되자 중국이 러시아에 군수품을 지원한다는 의혹이 증폭됐다.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지원한 국가는 벨라루스로 확인됐다. 유출 문건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와그너 그룹에 30만개의 유탄을 비롯해 6대의 유탄발사기, 수류탄 180여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는 군수품 수입 우회 국으로 활용됐다. 와그너 그룹은 튀르키예 앙카라에 연락망을 설치하고 곡사포, 대공포 등을 수입해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