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오너 경영’의 긍정적 측면을 연구하고 금산분리, 상호출자제한 등 해묵은 재벌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연구 모임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최근 들어 ‘K칩스법’의 세금 혜택 강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기업 지원 확대 등 친기업적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중도층을 겨냥해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은 20일 ‘한국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했다. 세 명 모두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지낸 정책통이다.

의원들은 미·중 패권 다툼 등 글로벌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제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기업을 국회가 앞장서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경제 리스크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모임은 오너의 과감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국내 대기업의 경영 성과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겠다고 했다.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던 당의 기류에서 벗어나 오너 중심 경영 시스템의 긍정적 영향을 재평가해보겠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오너 중심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의지가 삼성의 반도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LG의 2차전지, 한화의 태양광 같은 첨단산업을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금융과 정보기술(IT) 융합이 활발한 시기에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 지목돼 온 금산분리 원칙과 상호출자제한 규제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개선 방향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송 의원은 “그동안 금산분리를 일종의 ‘도그마’(맹목적 신념)로 접근해왔다”며 “이제는 경제 체계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연구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어떻게 개선할지도 다뤄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1일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모임을 만든 김병욱 의원은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대안 야당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이 친기업 정책을 주도하면서 중도층의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최고위원들의 설화 등 당내 이슈에 매몰되기보다 정책 이슈를 주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