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뒤 도입된 '군 신뢰저해 처벌법' 적용
"젤렌스키 잘생겼다" 말한 러 할머니 벌금 65만원
러시아의 한 70대 여성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잘생기고 재밌다"라고 평가했다가 군을 모독한 죄로 처벌받았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가 슬레기나라는 70세의 러시아 여성이 자신이 있던 요양원의 식당에서 여종업원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한 뒤 러시아 남부의 날치크에 구금됐다.

슬레기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유머 감각이 있는 잘생긴 젊은이"라며 "모두가 그의 농담에 웃곤 했다"고 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는 지난 2019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코미디언이었고 2013년에는 러시아 국영 방송사의 새해맞이 쇼 등에도 출연했다.

러시아 인권 단체 메모리얼에 따르면 슬레기나를 구금한 경찰관은 "젤렌스키는 우리의 적이기 때문에 당신에게는 그를 찬양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당을 방문한 다른 세 명의 손님이 슬레기나를 당국에 신고했고, 슬레기나는 모스크바의 법원에서 4만루블(약 6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메모리얼은 시력 문제가 있는 슬레기나가 속아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쳤다고 자백하는 진술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슬레기나는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슬레기나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작된 일련의 소련식 통제 중 한 사례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거나 군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 같은 법률을 통해 시민을 겁주는 방식으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정권을 향한 비판을 억압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에는 모스크바에서 지하철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반전 사진을 보고 있었다는 이유로 다른 탑승객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붙잡혀 14일간 구금된 바 있다.

러시아는 반전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반역·간첩 혐의 적용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자도 최근 간첩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더타임스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사람이 2만 명을 넘는 등 러시아에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집권기 이후 전례없는 철권통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