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은 고교학점제 준비로 인해 수업량을 줄여야 했지만, 남는 시간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고 설문조사에서 답했다.
20일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6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교사 1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3%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운영 중인 '수업량 적정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수업량 적정화는 고등학교 수업량을 204단위(총 2천890시간)에서 192학점(2천720시간)으로 줄이는 것으로,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도입됐다.
지침에 따르면 수업량 적정화에 따라 남는 시간에 학생들은 소인수 선택 과목, 공동 교육과정 등을 듣는 것이 권장됐지만 막상 학교에서는 자율학습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중등교사노조는 학생들이 여유시간을 원하는 대로 이용하지 못하며 교사들 또한 수업시수에 들어가지 않는 추가 근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 29.7%는 수업량 적정화에 따라 남는 시간에 전체 자율학습을 시킨다고 답했다.
자율학습을 강제하는 학교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수업 적정화 취지와 맞지 않게 결국 학생 전체를 7교시까지 남게 해 시수도 잡히지 않은 시간을 교사들이 지도하고 있다"며 "바뀐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그 시간을 활용할 방안까지 계획해 운영하는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파행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교사의 시수와 업무 증가'(79.7%)를 꼽았으며,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대한 업무 부담'(60.1%), '고교학점제 취지 왜곡'(56.3%) 등의 답이 뒤를 이었다.
교사들의 45.6%는 수업량 적정화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교사 정원을 확보하고 수업 시수를 경감해야 한다고 답했다.
채송화 전국중등교사노조 제1부위원장은 "고교학점제를 정상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현장 지원은 여전히 체감되지 않는 가운데 전국 고등학교에서 여유 시간의 파행 운영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수업량 적정화 파행 운영에 대해 지도·감독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