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사단 정영 상사, 기증 희망 등록 10년 만에 혈액암 환자와 일치
'군복 입은 천사' 조혈모세포 기증 부사관 "도움 돼 다행"(종합)
육군 부사관이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20일 육군 제35 보병사단에 따르면 정영 상사(45)는 최근 3일간 조혈모세포 촉진 주사를 맞은 뒤 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 기증 절차를 마쳤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ㆍ적혈구ㆍ혈소판 등의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다.

세포를 이식하려면 기증자와 환자의 조직 접합성 항원(HLA)이 일치해야 하지만, 타인 간 HLA가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정 상사는 2013년 3월 군 복무 중 헌혈을 하러 갔다가 혈액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지 못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자리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을 신청했다.

기증 등록을 한 지 10년 만인 지난달 기증 조건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정 상사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비교적 장시간 헌혈을 해야 해 어머니가 걱정했지만, 좋은 일이라며 설득했다.

아내와 아들·딸 등 자녀 3명도 정 상사를 적극 응원했다.

가족들의 지지 속에 정 상사는 근력 운동을 하고 철저하게 식단 조절을 하며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었다.

남을 돕는 정 상사의 따뜻한 마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 상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헌혈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42회의 헌혈을 이어오고 있다.

정 상사의 영향으로 배우자도 86회 헌혈을 했으며, 자녀는 굿네이버스 기부활동과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가끔 가족들 모두 국립서울현충원에 가 비석 닦기와 태극기 꽂기 등의 봉사 활동도 한다.

정 상사는 "이번 기증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고 감사하다"며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