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매 참여 시도 물거품…"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
대통령 경매중단 지시 다음날도 '낙찰'…쫓겨나는 피해자
"당장 전셋집을 빼줘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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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 조현기(45)씨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어제 경매 중단을 지시했으나 다음 날 바로 전셋집이 낙찰됐다"며 "집을 비워주기 위해 냉장고의 음식물부터 정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있는 조씨의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경매에 넘어갔으며 이날 낙찰자가 나왔다.

최초 입찰가는 감정가인 1억4천9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1회 유찰을 거치면서 최저입찰가가 30% 낮아졌고 이날 1억1천3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조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당 빌라 전세 보증금 6천200만원 전액을 마련했으나 최우선변제금 2천200만원 이외에 나머지 4천만원은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직접 인천지법 경매법정에 갔던 조씨는 "이번에 유찰돼 최저가가 낮아지면 다음번에는 직접 경매에 참여해보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이렇게 빨리 낙찰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단 시골 아버지 집으로 짐을 보내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아보려고 한다"며 "긴급 주거지원이나 대환 대출 등을 급하게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경매 중단 계획이 앞으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조씨와 유사한 사례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 대다수의 채권을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금융권이 보유한 탓에 당장 경매 중단을 강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에 가입된 미추홀구 34개 아파트·빌라의 1천787세대 가운데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관리 주택은 128채(6.81%)에 불과하다.

조씨는 "제 전셋집 채권은 은행에서도 부실채권으로 이미 대부업체에 매각했다"며 "정부는 은행이 사기 피해 주택과 관련한 채권을 매각하는 것부터 먼저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