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군벌, 각각 러시아·이집트와 밀접관계…러, 금광·항구 관심
"수단 군벌 무력충돌, 홍해 노린 외세 지정학적 경쟁서 싹텄다"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북아프리카 수단의 군벌 간 무력 충돌의 배경에는 전략적 요충지 확보를 위한 외세의 물밑 다툼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이스한 타루르는 18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러시아와 이집트 등 외국 세력들이 지정학적 게임에서 수단의 양대 군벌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수단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지휘하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타루르는 주변 석유 부국이나 강국들이 전략적 요충지인 홍해를 끼고 있는 수단 동부 지역을 주시해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용병단을 통해 다갈로 장군과 손잡고 수단 내 금광 개발에 손을 뻗쳐온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들어서는 수단 홍해 연안 항구도시 '포트 수단'에 해군기지를 세우려는 러시아의 계획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로선 홍해 기지를 통해 인도양에 진출할 수 있는 항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단의 북쪽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부르한 장군에 대한 지지를 강화해왔다.

나일강 대규모 댐 건설을 둘러싸고 에티오피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집트로선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을 에티오피아에 대한 방어막이자 잠재적인 동맹 세력으로 여겨왔다고 타루르는 설명했다.

타루르는 수단 지역 분석가 콜루드 카이르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RSF와 바그너 용병단과의 관계가 분명해 드러나면서 다갈로 장군은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을 둘러싼 각국의 역학관계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됐다"며 "이집트 입장에서는 이번이 그를 제거할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수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인 수판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UAE는 지난해 12월 수단의 홍해 연안에 새로운 항구 2곳을 건설하기 위해 60억 달러 규모의 협약을 체결했다.

홍해 항구 확보를 통해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북동부(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아라비아반도의 예멘에 군사적·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까지 사망자는 270명 발생했고 부상자는 2천600명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양측이 일시 휴전을 선언했지만 산발적인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