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지침이 나왔다. 민간 항공기의 충돌까지 견딜 수 있는 발전소 외벽 등 5단계에 걸친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SMR 안전 규제 방향 선포식’을 열고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개발 지침대로 SMR을 제작하면 사고 위험이 ‘10억 년에 한 번’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된 안전 규제의 핵심은 고유안전성 확보다. 원자로의 출력이 높아져 순간적으로 핵연료의 온도가 상승할 경우 또는 전기 공급이 끊어질 경우 등을 상정해 설계 방향을 명시했다.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출력을 자동으로 줄이고 냉각수 순환 체계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SMR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MR 시장 가이드라인을 정식으로 내놨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원전 기업들의 SMR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 이하인 소형 원전을 의미한다. 현재 운영되는 대형 상업 원전과 비교하면 출력이 5분의 1 수준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해 안전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화석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소들이 점진적으로 SMR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 기준으로 글로벌 SMR 시장은 14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 중엔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등이 이 사업에 적극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원전기업 뉴스케일파워에 SMR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해상 SMR 시장을 공략 중이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세부 기술을 후속 개발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