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브라질과 쿨한 뉴욕…'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재즈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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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초 SCC홀서 개최
뜨거운 장르인 보사노바를 쿨 재즈로 바꿔
절제된 애드립과 명확한 연주로 일군 공연
뜨거운 장르인 보사노바를 쿨 재즈로 바꿔
절제된 애드립과 명확한 연주로 일군 공연
이탈리아 사람들이 질색하는 음료가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야기다.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 원액에 차가운 물과 얼음을 넣어 만든다. 이탈리아인이 금기시하는 음료다. 신성한 에스프레소를 망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의 청량감과 에스프레소의 깊은 향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재즈 보컬리스트 겸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킴이 14일 서울 서초 SCC홀에서 열린 '저니 투 브라질'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음악을 들려줬다. 정열적인 브라질의 보사노바를 뉴욕의 쿨 재즈로 바꿔놓은 것. 전통적인 보사노바를 기대한 관객마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해줬다.
무대를 이끈 마리아킴은 15세이던 2002년 데뷔해 지금껏 20년 넘게 재즈를 다룬 베테랑이다. 평단에서 그를 두고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 친다"고 호평한다. 지난해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상'을 수상했다. 올해 대한민국연예예상에서 재즈 아티스트상을 받기도 했다.
마리아킴이 들려준 보사노바는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공연 첫 곡인 '이파네마 해변의 소녀(Girl From Ipanema)' 새로웠다. 잔잔한 보사노바 대신 세련된 쿨재즈 양식이 흘러나왔다. 라틴 음악의 중심인 기타 대신 쿨재즈의 상징인 피아노를 내세웠다. 원곡보다 음색은 차분했고 리듬도 정돈됐다.
마리아 킴을 비롯해 김건영(드럼), 김대호(베이스), 옥진우(기타), 김지석(색소폰) 등 멤버들은 공연 내내 놀라운 절제력을 보여줬다. 솔로 연주하면서도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삼바 리듬을 칠 때도 호흡이 엉키지 않았다. 그 덕에 템포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8분음표가 쏟아지는 빠른 박자에서도 정확한 연주를 선보였다.
허투루 연주하는 부분이 없었다. 주선율을 연주한 마리아킴은 피아노 애드리브를 할 때도 모든 음정을 정확하게 연주했다. 흔한 기교가 없었다.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쓸어 넘기거나, 일부러 한 음을 강조해서 치는 스타카토는 최대한 줄였다.
색소포니스트 김지석도 공연 내내 한 음을 길게 끄는 경우가 없었다. 안정적인 연주가 돋보였다. 호흡을 길게 늘어트린 애드리브가 사라지면서 합주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드럼도 후반부를 제외하고 템포를 과도하게 높인 적이 없었고, 베이스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냈다. 서로 간의 여백을 넉넉히 남겨 주선율 연주 악기가 바뀌어도 자연스러웠다. 냉랭할 정도로 차가운 쿨재즈의 전형이었다.
아쉬운 점은 음량의 균형이었다. 색소폰의 음량이 다른 악기를 압도했다. 기타 소리는 솔로 연주를 제외할 때를 빼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색소폰이 주선율을 연주해서 마이크를 부착한 뒤 음량을 키워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100여석 규모의 소극장이란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 없이도 합주가 가능한 공간이다. 마이크까지 부착하니 색소폰 혼자 '튀는' 연주가 종종 들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재즈 보컬리스트 겸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킴이 14일 서울 서초 SCC홀에서 열린 '저니 투 브라질'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음악을 들려줬다. 정열적인 브라질의 보사노바를 뉴욕의 쿨 재즈로 바꿔놓은 것. 전통적인 보사노바를 기대한 관객마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해줬다.
무대를 이끈 마리아킴은 15세이던 2002년 데뷔해 지금껏 20년 넘게 재즈를 다룬 베테랑이다. 평단에서 그를 두고 "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 친다"고 호평한다. 지난해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상'을 수상했다. 올해 대한민국연예예상에서 재즈 아티스트상을 받기도 했다.
마리아킴이 들려준 보사노바는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공연 첫 곡인 '이파네마 해변의 소녀(Girl From Ipanema)' 새로웠다. 잔잔한 보사노바 대신 세련된 쿨재즈 양식이 흘러나왔다. 라틴 음악의 중심인 기타 대신 쿨재즈의 상징인 피아노를 내세웠다. 원곡보다 음색은 차분했고 리듬도 정돈됐다.
마리아 킴을 비롯해 김건영(드럼), 김대호(베이스), 옥진우(기타), 김지석(색소폰) 등 멤버들은 공연 내내 놀라운 절제력을 보여줬다. 솔로 연주하면서도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삼바 리듬을 칠 때도 호흡이 엉키지 않았다. 그 덕에 템포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8분음표가 쏟아지는 빠른 박자에서도 정확한 연주를 선보였다.
허투루 연주하는 부분이 없었다. 주선율을 연주한 마리아킴은 피아노 애드리브를 할 때도 모든 음정을 정확하게 연주했다. 흔한 기교가 없었다.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쓸어 넘기거나, 일부러 한 음을 강조해서 치는 스타카토는 최대한 줄였다.
색소포니스트 김지석도 공연 내내 한 음을 길게 끄는 경우가 없었다. 안정적인 연주가 돋보였다. 호흡을 길게 늘어트린 애드리브가 사라지면서 합주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드럼도 후반부를 제외하고 템포를 과도하게 높인 적이 없었고, 베이스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냈다. 서로 간의 여백을 넉넉히 남겨 주선율 연주 악기가 바뀌어도 자연스러웠다. 냉랭할 정도로 차가운 쿨재즈의 전형이었다.
아쉬운 점은 음량의 균형이었다. 색소폰의 음량이 다른 악기를 압도했다. 기타 소리는 솔로 연주를 제외할 때를 빼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색소폰이 주선율을 연주해서 마이크를 부착한 뒤 음량을 키워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100여석 규모의 소극장이란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 없이도 합주가 가능한 공간이다. 마이크까지 부착하니 색소폰 혼자 '튀는' 연주가 종종 들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