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한국 경제 어떻게 변화시켰나 [서평]
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보면 누구나 신이 된다고 했던가.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팬데믹이 빠른 속도로 지구촌을 휩쓸어갈 때의 공포감은 실로 대단했다. 비관론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컴컴하게만 보는 절망론까지 넘쳤다. 현 세대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세기적, 전 세계적 위기는 충격 자체였다. 주식시장과 금융시스템을 비롯한 경제에 미친 영향부터 대단했다. 조금씩 다져온 다원화 사회와 민주 정치 체제에 불신과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팬데믹은 어떤 충격으로 인류 사회를 변하게 할까,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 사회에 메가트렌드의 충격파를 던질 것인가,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그런 팬데믹도 3년 만에 거의 극복해 가고 있다. 이젠 인류사회에 자신감도 생겼고, 반성점도 확인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팬데믹과 한국 경제 위기>(임성일 저, 도서출판 해남) 저자는 이런 화두를 안고 문제제기를 먼저 하면서 집필을 시작했다. 서문을 통해 광속의 팬데믹 팽창과 더불어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영향과 변화는 현상적으로 어떠할까’‘인류 사회는 예기치 못한 이 변화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의 시작이었다.

실제로 초기 팬데믹은 지구촌의 손발, 행태를 묶은 전면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무서운 위기였다. 건강과 생존, 사회와 경제, 복지 등 인류 사회는 황폐화되었고 무력했다. 그간 인류가 이룬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 의학적 진보가‘블랙 스완’ 같은 새로운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잘 보여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국가와 사회, 경제시스템의 아킬레스건도 여실히 노정됐다. 한 사회와 국가가 할 수 있는 한계도 확인됐다.

부작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우한발의 신종 팬데믹 코로나 19는 거침없이 성장해온 인류에게 성찰 시간과 창의의 기회를 줬다. 그러면서 인류의 강인한 회복력과 탄력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돌아보면, 어느 정도 극복해내고 나면 인간은 이렇게 대단한 존재가 되는 것인가.

좋든 싫든 팬데믹은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꿔버렸다. 일하는 방식, 노는 유형, 먹고 즐기고 패턴부터 서로 소통하고 사고하는 유형에까지 변화가 나타났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 재택근무, SNS 의존 등이 가시적인 변화다. 노동과 여가의 균형(워라밸)에도 큰 변화가 있다.

한편으로는 주목할 만한 부작용도 있다. 양극화와 격차의 심화, 큰 정부에 대한 의존증 증가, 세계경제의 침체 같은 것이다. 이런 기류 속에 한국은 수출급감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고물가 같은 다면적 충격에 노출됐다.

이런 내용이 저자가 지적한 책의 큰 개요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제1부(COVID-19 팬데믹이 만든 세상: 거대한 충격과 새로운 변화)에서 이런 변화가 각 부분별로 요소요소 잘 지적되고 분석돼 있다. 글로벌 혼돈,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선진국 개도국 간의 다양한 격차 확대, 팬데믹 와중의 빅테크 활동, 더 심해진 양극화가 새로운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제2부(포스트 펜데믹 대한민국:경제 위기 위험)는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한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메가트렌드 속의 이런 경고를 하는 것은 지식인, 전문 연구가의 사회적 책무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 경제위기와 이번 펜데믹 위기와의 차이점도 분석됐다. 신자유주의의 퇴조, 뒤로 밀리는 작은 정부론, 인플레이션 과잉채무의 부담, 주택가격 급락 등의 문제점과 함께 재정의 지혜롭고 슬기로운 전략적 대응이 대안 겸 구체적 해법으로 제시됐다. 저자의 주 전공 분야이기도 하다.


저자 임성일 박사는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경제학으로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으로 일했다. 국무총리실 부패방지위원 행정안정부 중앙투자심사위원 서울시 기금운용심의위원회 부위원장 국토교통부 자체심사 평가위원 등 정부 자문위원을 두루 지냈거나 현재 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위기와 파산’‘영국의 지방정부와 공공개혁’등의 저서가 있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