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통령 방미 앞두고 정치공세" 野 "방미 시작도 전에 코뼈 부러져"

여야는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및 이와 관련한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의 회의 출석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출석한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도·감청 내용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 전 비서관 사이 대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와 관련, 이 전 비서관이 직접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정부 차원의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며 맞섰다.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은 도·감청 의혹 보도에 앞서 지난달 잇따라 교체됐고, 외교부 소속 공무원인 이 전 비서관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통위, '도감청 의혹' 이문희 출석 공방…野 "반차 쓰고 도피"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설명이 필요한 공무원에게 배석을 요청하면서 여야 간사 간에 합의하라는 이런 오만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되는 지점이 있다면 비공개 회의를 통해서 하겠다고 여당에도 말했고 당사자에게는 보고하러 오라고 했는데도 결국은 상임위가 열린 오늘 오후 (이 전 비서관은) 반차를 썼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도·감청 당사자로부터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미국과 다른 입장을 표명한 대통령실 입장이 사실에 부응하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점"이라며 이날 중으로 이 전 비서관의 출석을 거듭 촉구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국회가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부른 공무원은 반차를 내고 도피하고…"라며 가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우리 대통령실에서 명확한 입장발표를 했는데, 이것을 의혹만 가지고 확대재생하겠다고 하면서 관계자 출석을 오늘 당장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분명히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 날조됐다고 발표했고, (현 대통령실은) 청와대보다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성한 전 실장도 문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이야기했다"며 "민주당 간사의 말씀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교통일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협의를 통해 질의 의원 수를 7명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도 입씨름이 이어졌다.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 때문에 일정 협의가 있었다는 김 위원장 설명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윤호중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은 줄 것 다 주고 대통령께서 뒤통수 맞고 오셨는데, 한미정상회담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코뼈가 부러졌다"며 무제한 현안질의를 요구했고, 김경협 의원도 "진실 규명을 하기 싫다는 것인가"라며 거들었다.

이에 김석기(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간 합의된 대로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일본 가서 다 퍼주고 뒤통수를 맞고 왔다는 것은 과한 표현"이라고 항의했다.

아울러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이 안 됐는데 그런 보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이렇게 정치공세 삼는 나라가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도·감청한 정황은 없다'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김 차장 발언에 대해 "대단히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초기 접근 태도는 대단히 굴욕적이고, (의혹을) 무마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과연 주권국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한심하다.

비굴하기 그지없다"고 했고, 무소속 김홍걸 의원도 "가해자를 변호하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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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