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레나서 약 300명 대피 중…"이제 어디로 가나" 막막
50명가량 심리상담…대학적십자사, 텐트 돌며 심리 회복 지원

강원도 강릉시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 이재민 대피소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강릉산불 르포] "속상해서 못 잤어요"…뜬눈으로 밤샌 이재민들
이곳에서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 300명가량이 돗자리를 깐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강릉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이재민들은 텐트에 들어앉아 몸을 추슬렀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애써 덤덤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대피소에서의 둘째 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재민 상당수는 화재로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앞으로 지낼 거처를 고민하느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재민 60대 김모 씨는 "잠자리도 바뀌고 마음도 심란해 3∼4시간밖에 못 잤다"며 "한순간에 살 곳을 잃었는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며 한숨 쉬었다.

부모, 6세 동생과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A(10) 양은 "한밤중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앞으로 어디서 지내게 될지 걱정스러워서 잠이 잘 안 왔다"고 했다.

다른 이재민들도 굳은 표정으로 전날의 급박했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인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리며 슬픔을 달래고 있었다.

[강릉산불 르포] "속상해서 못 잤어요"…뜬눈으로 밤샌 이재민들
대피소 한쪽 편에서는 지원에 나선 군 장병들이 옷과 세면도구 등이 담긴 구호 키트를 나르고, 텐트 앞으로 생수를 옮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피소 내부에는 이재민들을 위한 재난 심리 회복 지원센터도 마련돼있었다.

이곳에서 재난 심리 회복 지원센터 활동을 돕고 있는 대학적십자사 관계자는 "상담사 여러 명이 텐트를 한 곳씩 방문하며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심리 구호에 나서고 있는데, 현재까지 50명가량이 심리상담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이재민들을 위해 도움 드릴 수 있는 부분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22분께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나 8시간 만에 꺼졌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으며 1명이 숨지고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치는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또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타는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